네팔 공무원들, 옥천보건소 찾아 벤치마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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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보건소를 방문한 네팔 인구보건부 공무원과 의료진들이 이소나 건강증진 담당(오른쪽 여성)으로부터 간호인력을 활용해 지역민들의 건강을 전담하는 ‘지역 담당제’ 설명을 듣고 있다. [옥천군보건소 제공]

지난 달 30일 충북 옥천군 옥천보건소. 시골 보건소에 낯선 외국인 8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네팔 인구보건부 공무원과 의사·간호사들이다.이들은 자국의 낙후된 지역의 의료환경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국 농촌지역 의료시스템이 우리지역에 도입하면 적격이다’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것이다.

공무원·의료진들은 일주일 간 한국에 머물면서 옥천보건소의 보건행정시스템을 배우고 네팔로 돌아갔다. 이들은 보건소의 행정뿐만 아니라 말단 조직인 지소·진료소 현황도 꼼꼼히 둘러봤다.

방문단에는 네팔의 병원장과 전직 시장도 포함됐다. 타파(52) 네팔 친선병원장과 슈레스타(42) 전 티미시장은 “이렇게 조그만 자치단체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 부럽다”며 “이 시스템을 네팔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들에게 직접 시스템을 설명한 이소나(49) 옥천보건소 건강증진 담당은 “네팔에서 온 방문단은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의료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외국 공무원·의료진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배운 시스템은 자체 간호인력을 활용해 운영하는 ‘지역 담당제’. 지역 담당제는 마을 별로 담당 간호사를 지정, 가정단위로 질병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옥천보건소는 2004년 이 시스템을 시작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혜택이 적은 농촌지역의 여건을 감안해 1대1로 의료상담을 해 주고 필요하면 도시의 대형병원과 연계시켜 준다.

교통편이 여의치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체크해주는 주치의 역할도 한다. 특히 외국에서 시집을 온 결혼이민자는 임신과 출산부터 자녀들의 건강관리까지 맡고 있어 호응이 높다. 옥천보건소는 29곳의 지소·진료소에 근무하는 50여 명의 간호인력을 마을 별로 담당을 지정, 운영 중이다.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공중보건의에게 진료를 의뢰한다. 내과·외과·치과·한방 등의 분야를 전공한 공중보건의들은 간호사들의 상담내용을 토대로 파트를 나눠 출장진료를 나간다.

이 같은 ‘맨투맨 서비스’를 토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주민 1만2000여 명의 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했다. 또 충남대병원과 ‘말기암 호스피스 대상자 정보의뢰 및 협조협약’을 통해 지원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2년 전에는 의무기록지가 없는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접수창구에서 입력된 환자정보가 전산망을 통해 곧바로 의료진에게 보내진다. 접수 현황판에 처리단계가 표시되는 전자차트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옥천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 우수기관에 뽑혔다. 또 만성질환 관리·조사·감시체계 구축과 구강보건·한방 공공사업 등에서 잇따라 장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는 페루와 스리랑카 공무원·의료진들이 방문해 일주일간 시스템을 배우고 현장을 살펴봤다.

황인호 옥천보건소장은 “군민 개개인의 건강정보 DB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포함한 지역사회와 보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진료시스템도 개선해 보건소를 종합건강관리센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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