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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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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 가능성을 국책 연구기관이 공식 언급한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른 ‘제3차 오일쇼크’다. 이로 인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했고, 5월 생산자물가는 11.6%나 올랐다. KDI는 “물가 상승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수출 호조로 외견상 크게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수 경기는 상당히 위축돼 있고, 하반기 수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경제심리 역시 불안해지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5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100을 크게 밑돌았다. 기업·소비자의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쁘 다는 뜻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치면 고통은 피하기 어렵다. 효과적인 처방전이 없다는 것도 고약한 점이다. 경기 상황만 본다면 금리인하·재정확대 같은 내수 진작책을 써야겠지만, 그러기에는 물가가 너무 불안하다. 지금은 정책 당국의 신중한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물가 불안부터 잡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제한적인 경기 부양책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와 환율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린다’는 식의 안이한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