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닦고 아파트 고치고 … 평양은 거대한 공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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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보통문에서 바라본 유경호텔. 공사 중을 알리는 붉은 기가 호텔 꼭대기에 보인다. [사진=강정현 기자]

평양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도로 포장과 건물 보수 공사로 도시 전체가 파헤쳐진 가운데 곳곳의 광장에선 학생들이 수백 명 단위로 8월 중순부터 시작될 아리랑 축전 공연을 연습하느라 어수선했다. 본사 취재단이 지난달 13~20일 평양을 방문한 동안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본사 취재단이 목격한 포장공사는 김일성 종합대학~조중우의탑 사이 개선거리, 평양체육관 인근 천리마거리, 동평양의 문수거리와 청년거리, 김일성 광장 앞 승리거리 등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취재단이 탄 버스는 예전에 가지 않던 이면 도로로 우회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뒷골목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북측 안내인은 “도로 포장 공사는 정부 수립 기념일(9월 9일) 이전에 모두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문 근처 서문동 일대의 고층 아파트 대부분이 철거 중이거나 리모델링 중이었다. 고려호텔 앞 창광거리의 음식점들도 모두 뜯어져 있었다. “식당가가 조성된 지 20년이 넘어 일제 정비 중”이라고 안내인이 설명했다. 중구역·평천구역 등 평양 중심가와 대동강 건너 동평양지역 선교구역의 아파트들도 외벽 타일을 뜯어내고 페인트를 칠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취재단과 사전 약속했던 평양 지하철 탑승도 역사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취소됐다.

1989년 골조만 올라간 채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105층의 유경호텔도 다시 공사가 시작됐다. 아득한 꼭대기에 붉은 기를 꽂아 공사 중임을 알리고 있었고 안전망이 설치된 85층에선 용접 불꽃이 튀고 있었다. 안내인은 “이집트의 오라스콤(OCI) 그룹에서 투자해 올 초부터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평양의 공사는 일단 정부 수립 60주년에 맞춰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평양을 전면 개조하는 계획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취재단 기자=강영진·김영욱·채병건·정용수·이철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동영상=이병구 기자
자문위원=조동호 이대교수,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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