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텔~미♬ 소녀들 '21세기 공주병'에 빠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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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텔 미’에 이어 신곡 ‘소 핫’으로 또다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원더걸스 멤버들. 유빈, 소희, 선미, 예은, 선예(왼쪽부터). [사진=오종택 기자]

“난 너무 예뻐요~ 난 너무 매력 있어~ 난 너무 멋져.”

지난해 ‘텔 미(Tell Me)’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원더걸스가 ‘소 핫(So Hot)’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프로젝트 음반(사진)이다. 노래 제목처럼 반응도 뜨겁다. ‘소 핫’은 발매와 동시에 각종 온라인 차트 정상에 올랐다. 원더걸스 멤버들도 ‘텔 미’ 때보다 반응이 두 배 정도 빠르다고 했다.

컨셉트도 특이하다. 음반 보도자료에는 ‘21세기 공주병’으로 돼 있지만, 사실 ‘재수없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심각한 ‘자뻑’(스스로 도취됨)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원더걸스는 호피무늬 의상과 핫팬츠를 입고 ‘내 매력 때문에 남자들이 따라다녀 정말 귀찮아’ 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엉덩이를 튕기는 섹시한 안무와 함께. ‘텔 미’ 때 ‘소녀’와 ‘섹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원더걸스가 완전히 섹시로 건너간 느낌이다.

“재수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소녀가 컨셉트예요. 사춘기 시절 거울 안 갖고 다니는 애가 없잖아요.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죠. 그런 심리를 부각시킨 노래예요.” (리더 선예, 대입 준비 중)

예은(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1년)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겸손이 미덕인 사회여서 스스로 예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래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이처럼 노골적인 공주병 노래를 만약 소녀시대 같은 다른 그룹이 불렀다면 어땠을까.

“글쎄요. 우리는 귀여운 옆집 여동생 같은 친근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 노래도 부담 없이 받아들여주시는 게 아닐까요. 정말 예쁜 애가 ‘나 예뻐’ 하면 재수 없지만, 어설픈 애가 그러면 귀엽잖아요.” (유빈·명지대 뮤지컬공연과 2년)

“일상에서는 무대 위 가수처럼 행동하지 않아요. 가수이면서 학생이니까요. 하지만 무대에서만은 우리가 최고라는 자신감을 갖죠. 그 자신감이 노래에 녹아 있어요.”(소희·창문여고 1년)

‘텔 미’가 레트로(복고)였다면, ‘소 핫’은 트렌디한 노래다. 힙합 비트를 섞은 펑키함이 주무기다. ‘텔 미’가 남녀노소 모두를 들썩이게 한 노래라면, 이번 노래는 타깃층이 좁아진 듯하다.

하지만 중독성은 여전하다. 비트가 강한 후렴구가 귀에 쏙쏙 박힌다. 역시 박진영 프로듀서의 작품이다. ‘텔 미’처럼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 동영상도 화제다.

“박진영 PD님이 4월 ‘소 핫’을 처음 들려줬을 때 ‘텔 미’보다 느낌이 더 좋았어요. ‘텔 미’는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했지만, ‘소 핫’은 바로 안무가 떠올랐죠. 이런 비트에는 이런 안무를 짜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예은)

‘텔 미’ ‘소 핫’의 연속 히트는 원더걸스가 여성 아이돌그룹의 강자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리고 원더걸스의 색깔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도발과 중독과 재미와 흥겨움이 한데 버무려진 ‘팝’의 비빔밥이다.

“일부러 중독성을 의도하지는 않아요. 장르 구분 없이 대중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안무도 마찬가지죠. 그것을 원더걸스의 장르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어요.” (선예)

‘소 핫’과 함께 뜨고 있는 ‘디스 타임(This Time)’은 원더걸스의 보컬과 표현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세련된 발라드곡이다. ‘소 핫’의 주인공이 가장 어울릴 법한 멤버는 누구일까. 답변은 ‘4차원 소녀’ 선미(청담고 1년)의 몫이었다.

“원래는 저였는데, 그게 유빈 언니, 소희로 전염돼 가요.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공주병 증세가 더 심해져요. 소희는 예쁜 콧대에, 유빈 언니는 예쁜 다리에 스스로 도취돼 있어요.”

글=정현목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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