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코막힘, 자녀 성적에도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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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코가 막힐 경우 입으로만 숨을 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코막힘이 성장기 어린이라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입으로 숨을 쉬는 구(口)호흡이 얼굴 형태의 변화는 물론 성장 장애와 집중력·기억력 감퇴 등 심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6∼8일 일본 센다이 국제센터에서 열린 동양의학회에서 청소년의 구호흡 실상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논문에서 그는 “평소 구호흡으로 생활하는 6∼18세 남녀 학생 1312명을 조사한 결과, 성장부진이 가장 많은 50.3%(660명), 정서불안·학습부진·산만이 30.2%(396명)로 구호흡이 삶의 질뿐 아니라 심각한 성장 및 정서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구호흡은 얼굴 형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치아 부정교합이 5.5%(72명), 주걱턱 2.4%(32명), 아데노이드형 얼굴도 1%(13명)나 됐고, 눈 주위가 검게 보이는 다크서클도 2.2%(29명)에 이르렀다.

구호흡을 하려면 항상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 따라서 구강 내 압력의 균형이 깨져 장기적으로 치아와 아래턱의 변형이 불가피하다. 특히 침이 말라 입안이 건조해지고, 이로 인해 충치 등 구강질환이 잘 생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한 것은 뇌에 산소 공급이 불충분하기 때문. 또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 숙면 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해 키가 자라지 못한다. 성격이 예민해지다 못해 신경질적이고, 짜증이 많아지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김 원장은 논문에서 구호흡의 원인도 소개했다. 코를 막히게 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60.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축농증 21.3%, 감기 10%, 아데노이드 비대 6.4%, 폴립 2.1% 순이었다.

논문에서 김 원장은 치료 약재로 마황·백작약·오미자·형개 등 10여 종을 사용했고,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해 녹용과 계지·황기·교이· 금은화 등을 이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 침·레이저·바이콤 복합치료·아로마 등을 병행해 효과를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치료 결과 성장과 발육이 좋아졌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치료는 얼굴 형태의 변형이나 성장장애가 오기 전에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아이의 구호흡 여부를 알려면 ▶입이 항상 반쯤 열려 있는지 ▶입술이 늘 건조하고, 입안이 말라있는지 또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지를 점검하면 된다. 어른의 경우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건조하고 따끔따끔 아픈지 ▶콧구멍을 의식해서 움직일 수 없거나 ▶입을 다물면 아래턱이 동그랗게 되는 등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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