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만명에 최대 24만원 돌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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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전 관계 장관들과 함께 머리를 숙여 국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환 국토해양부·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한 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사진=조용철 기자]

3차 오일쇼크의 악몽이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투자와 소비가 줄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유가 수준이 2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80년 4월보다 높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유는 6일(현지시간) 배럴당 138.54달러를 기록,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현 시점에서 추산한 2차 오일쇼크 때(104.1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1인당 최대 24만원까지 세금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세금 환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미국·일본에서는 시행한 적이 있고, 우리는 처음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런 내용의 고유가 민생종합대책을 8일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연간 총 급여(각종 공제 전 급여)가 3000만원 이하인 봉급생활자는 올 10월부터 1년 동안 24만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총 급여가 3000만원 초과~3600만원 이하인 봉급생활자도 소득별로 6만~18만원씩 받게 된다. 자영업자도 종합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이면 24만원을 돌려받고, 2000만원 초과~2400만원 이하는 6만~18만원씩 받는다.

농어민과 영업용 화물차·버스·연안 화물선을 운영하는 운송 사업자도 경유값이 기준치(L당 1800원)를 넘어서면 초과분의 50%를 지원받게 된다. 1t 이하 화물차를 보유한 사람은 연간 10만원을, 극빈자·차상위 계층·장애인은 월 2만원씩 유가 보조금을 받는다. 세금을 돌려받는 봉급생활자는 980만 명(전체 1300만 명의 78%), 자영업자는 400만 명(전체 460만 명의 87%) 등 총 1380만 명에 달한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모두 지난해 소득이 적용된다. 대상자는 9월에 신청해 10월부터 세금을 돌려받는다. 단 세금을 환급받으려면 올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일을 하거나 장사를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각각 환급 대상에 들어가면 모두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당정은 이번 대책을 위해 총 10조49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지난해 남은 세금 4조9000억원과 앞으로 1년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5조2000억원 등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정은 조만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은 유류세를 낮추지 않기로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서면 유류세 인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6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2.76달러다. 앞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8.4%(10.75달러)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1개월 내에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세계 경제는 3차 오일쇼크에 직면해 있다”며 “범세계적 차원의 고유가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김종윤·고란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세금 환급(Tax Rebate)=정부가 걷은 세금을 국민에게 현금이나 쿠폰으로 돌려주는 제도. 경기가 심하게 침체됐을 때 국민이 소비를 하도록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 미국에선 5월부터 저소득 가구에 최대 1200달러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9년 저소득층 3500만 명에게 1인당 2만 엔 짜리 상품권을 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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