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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용은 옛말 … 정장용으로 손색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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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30면

고무신이 국민 신발이던 시절이 있었다. 도회지가 아니면 포장 도로가 드물 당시 황톳길에는 고무신만 한 게 없었다. 발바닥 전체에 압력이 가해져 혈액 순환에 그만이었고, 볼이 좁아 불편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거칠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 늘어나면서 신발도 딱딱하고 두꺼워졌다. 멋을 내기 위해선 발의 불편함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기도 했다.

발 편한 ‘컴포트화’는

바이오소프의 남성 정장용 컴포트화 14만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신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컴포트(comfort)화’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발의 편안함을 내세우는 컴포트화는 발바닥이 닿는 깔창 부분에 푹신한 쿠션 소재를 넣어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해 준다. 발 윗등 부분엔 부드러운 가죽 소재 등을 사용해 불편함을 덜어준다. 무게는 일반 신발보다 가볍고, 굽 높이는 3㎝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굽이 높으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딱딱한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의 컴포트화는 노인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디자인보다 기능을 앞세웠다. 하지만 컴포트화의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강화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제옥스(GEOX)’는 코오롱이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컴포트화다. 이 제품은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 미국의 ‘락포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도 최근 하이힐을 좋아하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굽이 7㎝인 웨지힐 제품까지 내놓는 등 디자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 브랜드 ‘SAS’와 함께 노인용 신발로 알려진 이탈리아 ‘바이네르’도 최근 일반 살롱화 스타일의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노인용 신발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스페인 브랜드 ‘캠퍼’의 경우는 화려한 색상과 기발한 디자인으로 특별함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제옥스의 여성용 컴포트화 17만8000원

국산 브랜드로는 금강제화의 ‘바이오소프’와 랜드로바의 ‘로렐’ 등이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도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정장용 컴포트화 수입품 가격은 보통 20만~30만원대다. 국산은 12만~15만원대면 살 수 있다. 롯데백화점 구두 담당 바이어 양병조 과장은 “요즘엔 60대 이상 노년층도 디자인이 떨어지는 신발은 외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컴포트화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매장도 등장했다. 워킹온더클라우드는 한 매장에서 일본의 ‘요넥스’, 스페인의 ‘캠퍼’ ‘24HRS’ 등 11개 수입 컴포트화 브랜드를 취급한다. 이 회사는 백화점 4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서울 신사동 매장에선 독일의 신발 장인인 ‘슈마이스터’가 상주하면서 소비자에게 맞춤 깔창까지 제작해 준다. 이 회사 백보빈씨는 “미국에선 직장에 갈 때는 구두를, 거리를 걸을 땐 운동화나 컴포트화를 신는다”며 “한국도 노령 인구가 늘어나고 걷기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컴포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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