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실 왜곡한 짜깁기 방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MBC-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보도한 `대통령 영부인 비하 발언`은 사실을 왜곡 편집한 내용이라는 주장이 당시 현장에 있던 CBS기자에게서 나왔다. 방송은 탄핵 찬성 집회에서 사회자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느냐"로 말한 것으로 방영했는데 사회자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은 쏙 빼고 편집한 것이다. 담당 부장 또한 편집 사실을 인정했다.

시간과 지면의 제약을 받고 있는 미디어들은 축약이라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시간 넘게 인터뷰한 내용을 5분물로 줄이거나, 1000자 내외로 정리하는 일은 언론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 편집은 어디까지나 진실을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언론이 상식과 윤리에 바탕을 둔 그 황금률을 지키지 않는다면 차라리 보도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불신의 중병에 걸려 있다. 서로 믿지 못하고 헐뜯기만 하는 사회를 통합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언론이다. 그것은 신뢰받는 언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언론의 신뢰성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로 객관성을 유지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신강균의…`제작진처럼 자의적 판단을 적용해 전후 맥락을 무시한 편집은 언론의 불신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언론에 의해 자신의 의도가 왜곡됐다고 여기는 이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방송사는 기자와 시사교양물을 다루는 프로듀서들이 우선적으로 익혀야 할 가치가 `방송 독립`이 아니라 `진실 보도`임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가 누차 이 난을 통해 지적했듯, 방송프로그램은 제작진의 사유물이 아니다. 막강한 영향력에 기대어 자신의 가치관이나 판단을 시청자에게 주입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뜻에서 MBC 시사교양프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 또한 오비이락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