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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부하는 농구팀이라더니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학 스포츠에 폭력 추방은 공염불인가. 지난해 고려대 아이스하키 감독의 ‘엽기적’ 체벌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준 데 이어 이번에는 연세대 농구부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코치가 선수를 폭행해 쓰러지는 바람에 119 구급대가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학 농구팀 학부모들은 “빈번한 폭력으로 선수들이 병원 치료를 받고, 일부 선수는 지나친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못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총장에게 제출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5월 초 김만진 감독이 연습경기 후 선수들의 정신력이 약하다며 코치에게 ‘돌리라’고 지시했고, 코치는 각목과 발로 선수들을 수차례 구타하고 심한 체벌을 줬다. 이 과정에서 한 선수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연세대 체육위원회는 “감독·코치를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부모에게 보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징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견책 수준인 데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없다. 체육위원회의 각서 이후에도 감독의 구타가 계속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맞는 것이 두려워 선수들이 두 차례나 집단으로 도망쳐 나오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세대 농구팀은 지난해에도 한 선수가 ‘원산폭격’을 당한 상태에서 김 감독에게 머리를 발로 차인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일반 학생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이런 폭행이 가해졌는데도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학부모들은 격분했다.

연세대 농구팀은 상징적인 팀이다. 지난해 “운동부 선수들도 수업을 들으면서 전인교육을 하겠다”고 선언한 팀이다. 학교체육의 새로운 길을 여는 팀이라며 TV와 신문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그러나 그 이면은 체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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