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우상 디카프리오 주연 "토탈 이클립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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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개기일식은 해와 달이 완전히 포개져 해가 달에 가려지는 현상이다.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의 장관이지만 지속되지는 않는다.오늘 개봉되는 영화 『토탈 이클립스(개기일식)』는 해와 달처럼 전혀 성향은 다르지만 개기일식처럼 「완전한 교감」을 꿈꾼 두 남자의 이야기다.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그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토탈이클립스』는 동성애를 통해 이들의 삶과 시세계를 조명한 작품.
랭보(레너드 디카프리오)는 16세때 열한살 연상의 베를렌(데이비드 툴리스)을 만난다.랭보는 당시 상류사회의 모순을 민감하게 느끼고 직설적이고 파괴적 방식으로 저항한 태양같은 성격의 소유자. 반면 베를렌은 랭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속으로만가슴을 앓던 온유한 인물이다.
베를렌은 천부적인 시적 재능과 자신이 갖지 못한 열정을 가진랭보에게 반해 아내(로만느 보랭제)와 자식까지 버리고 랭보와 함께 유랑생활을 한다.
랭보는 베를렌의 유약함을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어떤 투정도 다받아들이는 베를렌의 따뜻함에 집착한다.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한방의 총성으로 마감된다.
베를렌은 자신을 떠나겠다는 랭보에게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권총을 쏘아 부상을 입힌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는다.이후 랭보는절필하고 아프리카를 방랑하다 37세에 숨을 거둔다.
결국 이 둘의 관계는 비극으로 끝난 셈이다.그러나 베를렌은 마지막 장면에서 랭보와의 기억을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이라고 회상한다.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바로 여기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감독 아니예츠카 홀란드는 이들의 동성애를 예술세계와 접목시켜 보여주려는 의욕적인 시도를 한다.베를렌의 상상으로 전개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랭보는 바다로 뛰어가면서 『드디어 영원을 찾았어요.해와 바다가 맞닿아 있는 곳』이라고 외친다. 랭보는 시와 현실 모두에서 해와 달이 포개져 정지된 그런 상태를 꿈꿨다.홀란드 감독은 이같은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베를렌과의 동성애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왜 랭보가 그렇게 반항적인가에 대한 아무런설명이 없다.
둘의 관계가 시세계와 어떤 상관성을 갖고 있는가도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시인을 소재로 했는데도 시가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한마디로이영화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늘어 놓고 있지만 예술가의 삶을 포괄하는 단일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는 미흡했다.
랭보역을 맡은 할리우드의 신성 레너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약간은 아쉽다.젊은 시절의 랭보역은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10년이훨씬 지난 뒤에도 그는 콧수염만 달았을뿐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인 랭보역을 맡기에는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반면 베를렌 역의 데이비드 툴리스는 전천후 연기자란 평가에 걸맞은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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