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충격 '수출千억불 잔치'썰렁-기념 리셉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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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먹서먹한 잔치-.
비자금파동으로 주눅든 민간경제계가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의 「1등공신」이라며 자신들 앞에 번듯하게 차려진 잔칫상이 달가울리 없다.
29일 오후 6시.수출 1,000억달러 달성기념 리셉션이 열린 서울 힐튼호텔 행사장.
무역의 날 수상자 700여명을 포함,각계인사 1,500여명이모였지만 정작 축하분위기가 나지 않아 썰렁했다.
…이날 재계쪽에선 당초 경제5단체장이 모두 참석키로 돼 있었지만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과 이동찬(李東燦)경총회장이 불참했다. 평소 농담 잘하고 분위기 잘 이끌기로 소문난 김상하(金相廈)대한상의회장마저 이날은 웬지 입을 열지 않다가 1시간 남짓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날 주빈인 구평회(具平會)무협회장도 공식 인사말 외엔 침묵을 지켰다.박상희(朴相熙)기협중앙회장만 정부측 참석자, 정계인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5대그룹 총수중 유일하게 참석한 정세영(鄭世永)현대그룹회장은 『정국이 안정돼야 경제도 안정된다』며 최근의 경제상황을 걱정. 鄭회장은 또 비자금파동과 관련,『정말 돈 달라고 해서 돈준 죄밖에 없다』며 『경제가 비자금문제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그게 빨리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
鄭회장은 최근 비자금사태와 관련한 재계 대응을 의식했음인지『지금 고개를 들고 대응해봤자 손해 아니냐』며 『눈이 다오면 쓸어야지 지금은 가만있는 게 상책』이라고 언급해 눈길.
…행사장이 대우계열 호텔인 때문인지 윤영석(尹永錫)대우중공업회장과 이경훈(李景勳)대우비서실회장등이 참석.그러나 김우중(金宇中)회장은 불참.
…이날 참석한 김윤환(金潤煥)민자당 대표위원은 『JP와 DJ가 왔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묻고는 『JP는 온다고 했는데…』를연발. 기협중앙회의 朴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金대표는 다른재계 참석자들과는 다소 거리를 유지하는 분위기.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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