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퀸 박지은이 털어놓은 뒷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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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하기 전부터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훈련 과정에서 근육이 놀랐었나 봐요. 첫 라운드에서 샷을 할 때마다 찌릿찌릿하더라고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마사지를 받은 뒤 진통제를 먹고 나갔어요. 다행히 마지막 날엔 많이 좋아졌지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첫 '메이저 퀸'이 된 박지은(25.나이키골프)은 하루 휴식을 한 때문인지 아주 쾌활했다.

귀여운 미셸, 샷할 땐 독사

전날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컵을 받은 뒤 그는 곧바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갔다. 4월 3일(한국시간) LA 인근 엘 카바예로 골프장에서 시작하는 오피스 디포 챔피언십 대비를 위해서다.

뿌듯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두시간 동안 자신의 BMW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직접 몰았다. 지난 2월 말 미국에 건너가 함께 지내온 어머니 이진애(56)씨가 동행했다. 그리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LA의 호텔에서 늦게까지 푹 잤다.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제 가뿐해졌다"면서 메이저 퀸이 되기까지의 뒷얘기와 계획을 소개했다.

"더 이상 '승부근성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3라운드가 끝난 뒤엔 밤새도록 골프 코스를 머리에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또 올해 4~5승을 거두기 위해 체력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훈련하고 다듬으며 서른살까지는 골프에만 전념할 거예요."

박지은은 LA 도착 후 거리에서 만난 교민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를 해줬다고 했다. "점심 때 (강)수연 언니랑 분식점에서 만났어요. 떡볶이.김치볶음밥.칼국수를 시켜놓고 배 터지게 먹고 수다도 떨고 그랬어요. 로데오 거리에 가서 눈요기도 했지요. 운동복하고 편한 옷도 좀 샀어요."

미셸 위(14).송아리(17) 등 10대 선수들과 라운드한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떡볶이 먹으며 우승 자축

"미셸은 정말 착하고 귀여워요. 샷을 할 때는 독사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천진난만해요. 퍼터를 '빠따'라고 말하지요. 4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한 아리는 정말 훌륭한 선수였어요. 쇼트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선수는 처음봤다니까요. 어프로치.러프샷.퍼트가 완벽해요. 이건 '보기'다 싶었는데 결국 파세이브에 성공하더군요. 얼마 전까지 저를 '그레이스'라고 불렀는데 이번 대회에선 '언니'라고 불렀어요.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는 중앙일보에 매주 연재 중인 '박지은의 골프야 놀~자'를 계속 성원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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