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분 소유권, 항공산업에서 거의 전분야로 확산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분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해낸 인물로는 리차드 산툴리가 꼽힌다. 그는 미국 민영항공사인 넷젯(Netjet)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 이 때문에 산툴리는 버핏의 후계자로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20여년 전 그는 항공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당시 기업 경영자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전용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산톨리는 누구나 제트기를 갖고 싶어했지만 비싼 가격과 유지비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데 착안했다. 전용 제트기를 원하는 사람을 모아 구매를 대행하고 관리해주는 넷젯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600여대의 항공기로 140여개국에서 영업하는 거대 항공사로 성장했다.

넷젯의 성공 이후 지분 소유권 개념은 항공산업에서 완전히 뿌리 내렸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항공기 매니어들조차 이 열풍에 가담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경비행기나 초경량 비행기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그룹 비행(group flying)이라고 한다. 지분 소유권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항공기 제조업체들이다. 1990년대 들어 항공사들의 주문이 줄어 고전했지만 그룹 비행 덕분에 매출을 대거 늘릴 수 있었다.

항공 산업에 이어 지분 소유권 개념을 도입한 분야가 바로 리조트와 호텔 업계다. 90년대 초반 로키산맥의 스키 리조트 업계는 지분 소유권 방식의 분양을 시작했다. 일년에 며칠밖에 이용하지 못할 리조트를 사고 싶어 하지 않는 부유층이 대상이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콘도나 골프 회원권 분양과는 다르다. 우선 구매 대상이 호화판 리조트 시설들이었다. 그리고 지분 소유권은 단순한 회원권과 달리 해당 시설의 지분을 갖는다. 분양 회사는 단순히 구매와 관리를 대행할 따름이다. 리조트 업계에 이어 특급 레지던스 클럽 시장에 뛰어든 호텔업계도 이 방식을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비싼 자산이라면 예외 없이 지분 소유권을 도입하는 추세다. 희귀한 스포츠카나 요트, 고급 이동주택 등이 좋은 예다. 이런 자산들은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제로 구입하고 나면 대부분 오랜 시간동안 창고에 묵혀둬야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럴 바에야 일정 지분만 소유하는 대신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 소유권이 합리적이다. 다만 아직도 지분 소유권이 렌탈보다 경제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각 지역마다 지분 소유권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다르다는 점이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분 소유권이 확산되면서 파트타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여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