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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진료’ 가능성 연 30대 유전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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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3년 4월 인간지놈프로젝트가 끝나면서 두 가지가 명확해졌다. 하나는 인간 유전자 수가 대략 3만 개라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모든 인간의 DNA는 99.9% 똑같다는 점이다. 단지 0.1%의 차이로 수많은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3일 호암상 의학상을 받은 찰스 리(39·사진)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는 여기에 의문을 품고 연구한 끝에 새로운 인간유전체 변이를 발견했다. 2003년 하버드대에 부임한 뒤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저명 학술지에 인간유전체 변이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현재 하버드의대 세포유전연구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유전적 특징을 0.1%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DNA칩을 이용해 각 유전자가 반복되는 정도를 따져봤더니 개개인의 반복 횟수가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가 특정 유전자가 개개인의 염색체 내에서 얼마나 반복되는지를 포함해 개인별 유전적 차이를 알아본 결과 최소 0.5%에 이른다는 것을 밝혀냈다. 각 유전자의 반복 횟수는 인간지놈프로젝트로서는 알아낼 수 없다.

그가 주목한 유전자는 침 속에 많은 아밀레이즈(아밀라제) 효소와 관련있는 것이다. 이 효소는 쌀 등 곡물에 풍부한 전분을 분해한다. 곡물을 많이 먹는 지역 주민과 육류를 주로 섭취하는 지역 거주자의 아밀레이즈 유전자를 비교하면 해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원래 두 개로 출발한 아밀레이즈 유전자는 곡물을 많이 먹는 일본인은 14개까지 복제됐고 고기만 먹는 극지인은 4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예로 말라리아 관련 유전자를 들었다. 호주 북부 주민들은 말라리아 침투에 필요한 유전자가 없어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 박사는 “주변 환경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유전자의 수가 자생적으로 늘어나거나 사라질 수 있다”며 “DNA가 환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이를 통해 밝혀냈다”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유전자 반복의 차이에 따라 개인별 건강예보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3∼5년 뒤에는 이같은 인간 유전체 변이를 통해 개인별로 고혈압이나 암에 걸릴 확률과 그에 따른 처방이 더욱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보험회사가 이같은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서울에서 태어난 지 1년 만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현재 캐나다 국적인 그는 “난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며 “한국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벌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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