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콕 잡는 관절질환

중앙일보

입력

주부 박미영(32)씨는 지난해 출산 이후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에서 ‘딸깍’ 소리가 나 신경이 쓰인다. 요즘엔 통증으로 인해 쪼그려 앉는 가사일은 엄두도 못낸다. ‘아직 관절염을 걱정할 나이는 아닌데….’ 하면서도 내심 불안하다.


연령층 낮아진 관절질환자
v관절질환은 으레 노인병으로 인식된다. 대표적 관절질환인 퇴행성관절염은 중장년 이후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 그러나 최근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원장 고용곤)에 의하면 관절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20~40대가 2005년 23%, 2006년 28%, 2007년 34%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20~30대는 각각 12.1%, 12.5%, 20.5%를 차지했다.
관절질환자의 연령층이 이처럼 낮아지는 것은 운동과 레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관절 손상이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무릎 주위의 근육이 약하고 쪼그려 앉아 하는 가사일이 많아 관절 손상이 잦다. 젊은 여성의 경우 높은 굽의 구두를 자주 신거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운동을 한 후 관절질환이 오기도 한다. 임신으로 짧은 기간에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고 원장은 “젊을수록 관절의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방치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의 진행이 빨라지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시경 시술, 출혈 거의 없어
  무릎은 직립 보행하는 인간에게 취약한 부위다. 반면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라고는 연골(아래위 무릎뼈를 감싸고 있는 조직)과 내·외측의 반월상연골판(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반달 모양의 조각뼈)이 고작이다. 심한 충격을 받거나 나쁜 자세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손상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또 연골은 재생능력이 없어 방치할 경우 손상 부위가 넓어져 결국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된다.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관절 손상은 대개 MRI로 진단한다. 그러나 작은 손상 부위는 MRI로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절내시경을 병행하면 손상 여부와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은 위내시경처럼 영상장치가 달린 가는 관과 초소형 기구를 무릎에 삽입해 눈으로 살피면서 치료하는 것이다. 손상된 연골판을 봉합하거나 제거하는 수술도 가능하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시술이어서 출혈이 거의 없는 데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 입원할 필요 없이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있다.
 
손상 부위 작으면 연골이식술 제격
  검진 결과 손상된 부위가 2㎠ 이하면 자가골연골이식술을 하게 된다. 체중이 실리지 않는 무릎 부위에서 연골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자기의 연골이므로 이물감과 거부감이 없다. 관절내시경을 통한 시술로 회복도 빠르다. 1~2일 정도 입원해야 하지만 수술 후 다음날엔 걸을 수 있다. 일주일 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손상 부위가 2㎠ 이상이면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이 적절하다. 자신의 연골 세포를 조금 떼내 외부에서 배양한 후 이식하는 것이다. 이 또한 자신의 연골 세포를 사용하므로 이물감이나 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이 없다. 생착률도 높다. 초기 퇴행성관절염이나 연골 손상이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
  고 원장은 “55세 이상이거나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경우 이식술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서둘러 치료해야 효과가 높다”고 조언했다.

관절질환 예방하려면
▶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관절을 자꾸 움직여줘야 활액이 분비돼 유연해지고 인대도 튼튼해진다.
▶ 적정한 체중 유지= 체중이 1kg 증가하면 무릎엔 2~3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비만은 무릎에 무리를 주는 주요 원인이다.
▶ 식생활 관리= 칼슘·단백질·비타민·무기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한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육류 등은 관절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지나친 섭취를 삼간다.
▶ 관절에 이상신호가 온다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관절의 이상신호는 통증이다. 통증이 있다면 바로 진단을 받고 치료하도록 한다.

도움말=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