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집 “쇠고기 파는 것도 아닌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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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한우협회 직원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원들이 2일 서울 구로시장 주변 정육점과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2일 서울 구로동 구로시장의 한 정육점. 국산으로 표시한 삼겹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기동단속반 안동윤 팀장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 삼겹살 국산 맞습니까.”

주인은 “맞다”고 응수했지만 거래명세표를 확인하니 헝가리산이었다. 그제야 주인은 “잘못 알았다”고 발뺌을 했다. 헝가리산 삼겹살은 1kg에 8000~9000원이지만 국산은 30% 이상 비싼 1만2000원에 거래된다. 단속반은 자술서와 증거를 확보한 뒤 다른 정육점으로 향했다.

또 다른 정육점에선 실랑이가 벌어졌다. 쇠고기 옆에 놓인 원산지 푯말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단속반이 지적하자 주인은 “썼는데 지워졌다”고 우겼다. 단속반원은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3개월간 4700명을 동원해 육류 원산지 표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맞춰 1일부터 육류 원산지 표시제가 전국의 모든 식당·정육점으로 확대된 데 따른 단속이다.

단속 첫날 동네 정육점과 소규모 식당 등에서는 원산지 표시제를 잘 몰라 실랑이가 이어졌다. 구로시장 안의 49.5㎡(약 15평) 안팎의 식당 주인 문모(51)씨는 원산지 표시제 시행을 모르고 있었다. 설렁탕·내장탕을 파는 그는 “쇠고기를 팔지 않는데 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단속반원이 “탕이나 찜 같은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에 대해서도 메뉴판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장사도 안되는데 메뉴판까지 바꿔야 하느냐”고 말했다. 농관원 조성환씨는 “이달 중순까지는 계도에 중점을 두고, 이후부터는 철저히 단속해 허위로 원산지를 표시한 업소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업소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57만 개 음식점과 단체 급식소를 모두 단속하기에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일단 3개월간 농관원과 지자체, 생산·소비자단체 인력을 총동원해 특별단속을 하지만 이후가 문제다. 9월부터는 단속 인력이 농관원 직원 112명과 민간 명예감시원 500여 명 등으로 줄게 된다.

정부는 허위로 원산지를 표시한 식당이나 정육점을 신고하면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떨어지면서 포상금을 노리고 위반 식당을 신고하는 전문 ‘식(食)파라치’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농관원 안동윤 팀장은 “예산을 더 들여 단속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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