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파장-이원조씨 소환 검찰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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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여러 의혹을 받아온 이원조(李源祚)전의원이 23일 검찰에 소환되자『과연 대선자금 부분을 진술할까』라는 비상한 관심속에 검찰청사 주변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3일 오전9시53분쯤 짙은 쥐색 쏘나타Ⅱ 승용차편으로 검찰청사에 나타난 李전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차림이었으나 5공비리 수사때와는 달리 안경을 끼지 않았고 서류가방도 갖고 오지 않았다.
이날 李씨는 지병인 당뇨 때문인지 안색(眼色)이 안 좋아 보였으며 상당히 긴장한듯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는 모습.
…李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대선자금조성 사실을 시인하느냐』『검찰에서 폭탄선언을 할 것이냐』『다시 검찰에 불려오니 소감이 어떠냐』『그동안 어디에 잠적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채 묵묵부답.
李씨는 특별히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지 않고 곧바로 안내를 위해 내려온 수사관 두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쪽으로 직행.
李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동국제강으로부터 돈을 받아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느냐』『가만히 있으면 시인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기자들의 유도성 질문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듯 승강기 층수 표시판만을 응시.
눈이 다소 충혈된 모습의 李씨는 몰려든 기자들로 엘리베이터가정원초과돼 한동안 출발하지 못하자『좀 올라갑시다』라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동승한 수사관에게 하소연(?).
…李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이번에는 검찰이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다던데 사법처리는 각오했느냐』『오늘 대선자금 부분을 사실대로 다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정면만을 응시하던 자세를 바꿔얼굴을 위로 향한채 갑자기 조그맣게『어휴』하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 李씨는 중수부 조사실이 있는 10층에 도착,조사실 문을열고 기다리던 수사관들이 안쪽으로 안내하자 다소 멈칫거리며 좌우를 둘러보는등 당황해하는 모습.
…李씨에 이어 오전10시22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조기현(曺琦鉉)전 청우종합건설회장은 사진촬영에도 장시간 응하는등 다소 여유를 보였다.
…이원조씨가 출두한 이날 서초동 대검 청사에는 지난 16일 盧씨 구속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려 그에 쏠린 관심도를 반영. 한편 이날 2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중앙 회전문을 밀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李씨를 동시에 쫓아 들어가는 바람에「盧씨 사건」이후 처음으로 중앙 회전문이 고장나는 사태.이 때문에 청우종합건설 曺전회장은 회전문 대신 현관 좌측문을 통해 조사실로올라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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