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의미래로가는길>下.끝.정보고속도로시대의 생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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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는 어디를 가든 감히 이렇게 얘기한다.『정보고속도로는 아직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이럴 때마다 장거리전화망을 통한 인터네트 연결이 가능한 세상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이있다. 지난 몇년동안 급성장한 인터네트는 형식면에서는 정보고속도로의 가장 근접한 형태지만 정보고속도로가 되긴 아직 까마득하다.그렇다면 정보고속도로시대의 생활상은 어떨까.
정보고속도로에서는 지금까지의 친구.이웃.공동체의 개념이 바뀐다.국경 장벽이 없어지면서 세계인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또한 산간 벽지등에서도 화상(畵像)수업과 같은 방식으로 도심지와똑같은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지역간 불균형 이 없어지는 셈이다. 전자문서나 PC지갑이 일반화되는 것도 정보고속도로시대의 한 현상이다.이미 많은 기업은 종이와 팩시밀리 대신 컴퓨터를 통해 문서를 주고받고 있다.
PC지갑은 휴대용 정보기기로 신분증.신용카드.휴대폰등이 하나로 통일된 시스템이다.정보고속도로와 연결하면 각종 예약이나 정보열람등 다양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신속히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전자우편은 사내 젊은 남녀직원들간의 교제에도 그 위력(?)을 발휘한다.나는 아내 멜린다와 처음 데이트를 할때 전자우편을 활용했다.사람들은 전화를 걸거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보다 전자메시지를 보낼 때 덜 수줍어한다는 것은 내경험으로도 분명하다.
정보고속도로시대에서 기업환경이 변하는 것도 물론이다.소프트웨어는 좀더 쓰기 쉬워지고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부품공급업체.컨설턴트.고객에까지 닿아있는 네트워크와 쉽게 연결된다.그 결과 기업의 효율성은 높아지고,군살빼기도 가능하다.
미래에 형성될 정보고속도로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1대1로 만나는 곳이다.소비자는 정보고속도로에 전시된 샘플을 보고 생산업체에 물건을 주문하며 생산업체는 주문받은 만큼만 생산하고 배달한다.이러한 시장에서는 광고비.재고처분비등이 들 지않아 상품가격이 당연히 내리게된다.일석이조(一石二鳥)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낙관론자라고 이미 말했다.그렇지만 내가 미래를 아무런 우려없이 밝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정보화사회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희생도 있다.
지금 정보고속도로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대대적인 기업합병과 과감한 투자가 서부개척시대의 「골드 러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하지만 정보고속도로는 아직 단 한푼의 이익도 내지 못했다.따라서 이 과정에서 도 태되는 기업도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정보고속도로의 본질을 설계하거나 장악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전적으로 시장 결정에맡겨두어야 한다.수백개의 기업이 저마다 위험부담을 안고 소비자의 요구를 알아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때 사회 는 중앙계획에의한 방식보다 훨씬 올바른 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넓게 퍼져있는 개인적인 불안의 내용은 대강 이런 질문으로 집약될 것이다.『발전된 사회에 내가 어떻게 적응할 수있을까.』사람들은 자기의 직업이 무용지물로 변할까봐,새로운 작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할까봐,대량실업사태를 만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다행히 경제는 그런 식으로는 운용되지 않는다.일자리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게 된다.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벌이가 생기고 생활수준도 올라간다.기술발전은일자리를 늘려주는 결과를 낳는다.
정보고속도로가 와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기술에 대한 지금의 보안시스템은 완벽하지 못하다.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금전거래 내용을 총괄하는 정보시스템은 암호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이 암호시스템이 깨지면 대재 앙이 초래될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보고속도로에 대한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우리는 역사의 대변혁 한가운데에 서있다.그것은 인쇄기의 발명이나 산업혁명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준다.그래서 나는 지금 「미래로 가는 길」을 따라 여행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따름이다.
정리=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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