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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무시하다가 뒤늦게 ‘헛발질’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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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4월 18일부터 인터넷에선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4월 29일 한 방송이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러나 정부는 5월 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불안감을 해소할 만한 설명도, 균형 있는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도 없었다. 축산농 지원이 유일한 대책이었으나 이마저도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정부의 홍보는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5월 2일 장관들이 전면에 나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농업 경영인 출신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사회복지 교수 출신인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전문성이 부족해 신뢰를 주지 못했다.

정부 설명은 두루뭉술한데 반대 측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농식품부가 “미국 국내용 쇠고기와 한국 수출 쇠고기는 같다”고 설명하면, ‘광우병 위험물질에 대한 미국 기준이 한국 수입 조건보다 더 엄격하다’는 의문이 증폭되는 식이었다. 핵심 쟁점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의 요구가 무시당한다는 인상을 줬다.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는 “작은 뼛조각 하나도 문제 삼을 정도로 강경하던 정부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를 국민에게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간 공조와 위기관리 체계도 허술했다.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추가협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정작 쇠고기 고시를 발표할 때는 ‘추가된 내용이 없다’는 비난을 샀다. 책임 떠넘기기도 빠지지 않았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김성이 복지부 장관은 “(외교통상부의) 잘못을 농식품부가 대신 지적받고 있고, 대신 매 맞는 사람 옆에서 함께 맞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에선 소속 공무원 두 명이 부실 협상과 고시 연기를 주장해 정부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정부조직 개편의 영향도 컸다. 쇠고기 문제는 농식품부 2차관 소관이지만 옛 해양부 출신인 2차관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의 조정 역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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