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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장기적 협력 의미…국제사회 새 트렌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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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8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한·중의 전략적 관계설정이 관심을 끌었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 동맹관계’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단순한 인적·경제적 교류를 넘어 외교·안보·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전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1992년 수교 이후 ‘우호협력 관계’로 시작한 양국 관계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거쳐 그 정도로 심화됐다는 것이다.

美·中과 정상회담서 잇따른 ‘전략적 관계설정’은

전략적 관계설정은 최근 국제사회의 트렌드다. 많은 양자 간, 다자 간 대화에 전략이란 말을 붙인다. 포괄적인 논의를 한다는 의미도, 장기적 시야에서 미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협력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국익 극대화가 목표다.

중국은 노무현 정부 때 우리가 전략적 관계로 격상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역제의했다. 복합적 의도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실험 이후 미묘한 갈등 기류를 형성한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란 것.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외교에서 전략적 관계설정에 공을 들였다. 96년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97년 프랑스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후 2003년부터 2년 동안 집중했다. 유럽과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나라가 주였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는 이탈리아·영국·스페인·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유럽연합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엔 캐나다와 남아공·알제리·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국제사회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국가 목표인 샤오캉(小康·비교적 잘사는 수준)사회 건설을 위해 국제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겠다는 차원의 대외전략이다.

‘선린우호 관계’에 머물던 일본과도 2006년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호혜관계로 재설정했다. 중국 측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대신 일본은 호혜란 말을 넣어 전략이 갖는 ‘가치 공유’의 개념을 희석하려 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은 ‘전략적’인 관계를 설정할 땐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만 쓴다. 2005년 시작된 중·미 외교 차관급 대화를 두고 중국은 ‘전략대화’라고 부른 반면, 미국은 ‘고위급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정치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질 내용보다 촉매제란 것. 각국 외교관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상대국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근사한 단어들을 찾아내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알제리나 우즈베키스탄과도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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