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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지구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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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살아 있는 지구
앨러스테어 포더길 외 지음
김옥진 옮김, 궁리, 312쪽, 3만8000원

주제가 무엇이든 ‘좋은 책’은 외경의 대상이 된다. 저자의 혼과 땀이 물씬 풍기는, 그러면서도 어떤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그런 책일수록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연코 그 같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이 책은 전세계의 수많은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숱한 화제를 뿌린 영국 BBC방송의 자연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Planet Earth)’를 활자로 펴낸 것이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사진만 봐도 해당 주제가 눈에 잡힐 정도로 매력적이다. 제작비 300억원을 들여 무려 4년 동안 지구의 구석구석을 누빈 노고가 오롯이 담겨있어 동영상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지구의 모습과 특징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아름다운 행성, 지구’를 시작으로 ▶극지방 ▶숲 ▶대평원 ▶사막 ▶산 ▶동굴 ▶민물 ▶열대우림 ▶얕은 바다 ▶심해 등 11개 항으로 나눠 서술한 내용은 전문성은 물론 최신 정보까지 담고 있다. 이 같은 류의 책이 범하기 쉬운 ‘주=사진, 부=글’의 한계를 훌륭히 극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인 다랑어류와 새치류를 설명한 대목을 보자. “용골을 가지고 있으며 꼬리 근처의 작은 지느러미는 항력을 줄일 수 있도록 몸으로 흐르는 물의 방향을 조절하는데 이는 초음속제트기 기술자들이 이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름다운 바다(The Blue Planet)’로 명성을 얻은 책임프로듀서 앨러스테어 포더길의 뛰어난 기획에다 수많은 협력자들 덕분에 내용이 훨씬 알차졌다. 해저 2000m 열수구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의 심해연구단체인 해양연구개발기구의 원격작동 이동장치가 동원됐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취재하는 데는 네팔공군의 협력을 받았다. 또 파키스탄 현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설표(雪豹)를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어떤 곳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지, 또 지구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임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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