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흡연율 성인 여성보다 높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 S중학교 생활지도 담당 김모(28) 교사는 틈날 때마다 교내외에서 눈을 부라린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상당수는 학교 밖으로 몰래 나가 주택이나 상가 근처에 숨어서 피우기 때문이다. 인근 상인이나 주민의 “담배 피우는 학생이 있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김 교사는 “여학생의 담배를 피우는 연령대가 고학년에서 저학년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체벌 규정을 없애라고 해서 흡연 시 벌점을 주고 벌점이 누적되면 교육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 여중생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30일 중·고생 8만 명을 대상으로 ‘2007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중2 여학생의 흡연율이 6.4%로 여자 성인(19~64세)의 흡연율(5.5%)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흡연율은 중1 때 5.2%였지만 고3이 되면 1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3 여학생 흡연율은 성인 여자 흡연율의 두 배를 넘는다.

남학생은 중1 때 흡연율이 6.5%였으나 고3이 되면 4명 중 1명(25.5%)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남자 성인의 흡연율(54.4%)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김 교사는 “흡연자를 줄이기 위해 교내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인권 문제도 있어서 교사가 직접 찾아 다니며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여고 생활지도부장인 최정렬 교사는 “최근엔 여학생과 남학생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경향이 있다”며 “남녀 구분이 없어지는 사회 분위기인 데다 또래 집단에서 자신만 안 피우면 소외되기 때문에 흡연율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6월 중순까지 ‘금연선도학교’를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금연선도학교는 금연 캠프, 금연 산행, 병원 방문 같은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하고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창규·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