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투수 선동열 일본진출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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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쿠바의 야구선수들은 메이저리그급 실력이 있으나 자신의 성공을위해 뛸 기회는 없다.아까운 젊음을 국가 선전의 도구로 바칠 뿐이다.망명이 유일한 해외진출 방법.북한과 함께 가장 폐쇄적인사회주의 정권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국내프로야구 최고투수 선동열(해태)이 지금 쿠바선수들과 같은형편에 처해 있다.더욱 딱한 것은 선동열이 쿠바나 북한과 같은공산국가가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국내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선동열은 한단계위인 일본 프로야구에서 마지막 야구인생을 불태우고 싶어한다.그러나 그를 옭아맨 족쇄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선동열의 일본진출을 막을 명분이 없는 해태로선 「지금 해외진출을 해봐야 국내 팬들을 실망만 시킬 것」이라며 속이 들여다보이는 「선동열 깎아내리기」에 열중이다.또 「국내최고 투수라면 국내에서 지켜야지 왜 외국으로 내돌리려고 하느냐」 며 짜증스런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은 이미 이미 지난 한-일슈퍼게임을 통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일본프로야구 전문가들은 선이 선발로 뛸 경우 15승 이상이 가능하며 마무리 투수로는 30세이브 이상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따라 당장 선의 연봉은 2억엔에 이른다는 평가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다저스)는 일본 언론으로부터 「외교관 100명도 못할 일을 해냈다」는 평을 들었다.한국축구는 차범근이 독일에서 활약한 덕분에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다.
해태는 일본에서 트레이드머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다.그동안의 공헌도를 생각해서라도,대만보다 뒤처졌다는 평을 들은 한국프로야구의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해태는 선동열을 풀어줄 때가 됐 다.
더불어 이번 선동열의 일본진출 파동은 일정기간 국내에서 활약한 선수는 해외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자유계약제도의 부분적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음을 알려준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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