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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가던 선후배 의문사 … 후배 몸과 주사기서 복어 맹독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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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골프를 치러 가다 고속도로 갓길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고교 선후배 가운데 후배에게서 복어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검출됐다. 고교 선배 김모(50·이비인후과 의사)씨의 후배 박모(48·골프의류 판매업)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7시20분 강원도 원주의 골프장에서 36홀 경기를 할 계획으로 오전 5시15분쯤 서울을 출발했으나 오전 7시38분쯤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경안IC에서 이천 방향 4㎞지점 갓길에 세워진 박씨 소유의 뉴그랜저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광주경찰서는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테트로도톡신이 박씨의 구토물과 위에서 검출됐다는 감정서를 받았다”며 “테트로도톡신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주사기와 주사 바늘, 홍삼 드링크에서도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의사 김씨에게서는 아직까지 독극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국과수에서 정밀 감정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테트로도톡신은 의사 김씨가 중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복어 독 성분 왜 구입했을까”=경찰 조사 결과 의사 김씨는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24일 중국 다롄(大連)의 약품취급회사 직원인 중국동포 박모(46)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캡슐 형태의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했다. 김씨의 계좌이체 내역을 추적한 결과다.

이에 앞서 김씨는 2006년에도 중국으로 가 박씨에게 ‘마취제와 진통제 용도로 사용하겠다’며 테트로도톡신 캡슐1개(1㎖)를 30만∼40만원을 주고 샀다. 국내에서 실험 용도 외에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하기는 불가능해 김씨가 중국 회사를 이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 한 사람에게만 검출됐을까”=경찰은 지금까지 숨진 김씨와 박씨의 주변 수사를 벌인 결과 제3자에 의한 독살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명이 테트로도톡신을 홍삼 드링크에 넣고, 두 사람이 함께 마셨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사건 당일 내기 골프를 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테트로도톡신을 각성제나 피로회복제로 알고 가지고 가다 복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사인 김씨가 각성제와 맹독성 물질을 혼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정영진 기자

◇테트로도톡신=복어 독의 주성분으로 알과 내장 등에 들어 있다. 무색·무미·무취이며 독성이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1000배나 돼 극소량만 먹어도 성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신경통·관절통·류머티즘에 진통제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모르핀을 대신해 말기암 환자용 진통제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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