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대형공사 수주 맞대결 대우.동아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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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과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공개되면서 뇌물을 준 만큼 대가를 받은 기업과 파워게임에 헛물만 켠 기업이 극명하게 드러나 쓴웃음을 짓게하고 있다. 뇌물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와 돈만 날린 경우로 가장 대조적인 그룹은 대우건설과 동아건설.두 기업 모두 盧.李 양씨의구속영장에 뇌물수수혐의가 가장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대조적인것은 대우가 盧씨의 구속영장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 반면,동아는 李씨의 뇌물수수행위중 대표적인 경우로 거론됐다는 점.
이는 두 그룹이 대형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잡은 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으로 대우가 盧씨와의 직거래를 통해 상당한 반대급부를 얻어낸 반면,동아는 李실장을 통해 로비를 했으나 끝내밀렸던 것으로 보인다.구속영장에 명시된 두 사람 의 뇌물수수과정을 분석해보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우선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은 91년 5월초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에서 진해 해군잠수함기지를 대우건설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해준데 대한 사례로 50억원,같은 달 중순께도 같은 취지로 50억원을 盧씨에게 건네 잠수함기지 수주건과 관련해 총 100억원을 상납했다.공사를 수주한 후 사례금으로 건넸다는 점에서 90년 9월 잠수함기지 공사 발주를 하기전 이미 盧씨와 대우 사이에는 묵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반면 동아 최원석(崔元碩)회장은 89년 12월말께 청와대 별관 안전가옥에서 李실장을 만나 진해 잠수함기지를 수주할 수 있도록 盧씨에게 청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데 대한 사례로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나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건에 대해盧씨는 金.崔 두 회장을 모두만나 인사치레로 건네주는 뇌물을 챙겼지만 대우쪽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결국 이 공사는 대우가 98.8%라는 경이적인 낙찰률로 996억8,200만원에 가져 갔다.
제2라운드는 92년 5월 발주된 새만금간척공사 입찰.14년간총공사비 1조8,680억원(91년 경상가격 기준)이 투입되는 당시로선 건국이래 최대규모인 이 사업의 방조제 공사 입찰에는 대형업체들이 사력을 다해 덤벼 들었다.
특히 동아는 건설그룹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계화도간척지가 바로 새만금지구내에 있어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준설면허를 가진 업체로 입찰자격을 제한,준설면허가 없는 동아는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이 공사도 대우가 1,3공구(3,413억원)를 가져갔고 현대가 2공구(2,915억원),대림이 3공구(879억원)를 가져갔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주가능성이 가장 높은 동아를 의도적으로 따돌리기 위해 「준설면허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가 돌았다.92년10월 발주된 굴포천방수로 공사도 줄을 잘못잡아 물을 먹은 경우.이때도 동아는 李실장(당시 안기부장)이 밀었 고,대우는 청와대에서 직접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대우는 직접공사비를 약 500원밖에 차이나지 않는 금액으로 맞춰 680억원에 낙찰받았다.직접공사비를 귀띔받았거나 신(神)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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