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광고주연맹 아드리얀센 사무총장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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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를 기업에 독점 판매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같은 기구를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독점에서 생기는 비효율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세계광고주연맹(WFA) 버나드 아드리얀센(62) 사무총장은 29일 세계 6위 규모의 광고 시장을 가진 한국이 이에 걸맞은 선진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WFA는 불합리한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광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953년 창설된 국제기구다.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의 광고주협회와 다국적 기업이 WFA 회원이다.

아드리얀센 사무총장은 "방송광고공사의 역할을 이젠 민간에 넘겨야 할 때"라며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은 왜곡된 한국의 방송광고 시장이 좀 더 자유로운 시장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KOBACO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기구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광고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국내에서 신문.잡지의 발행부수를 밝히는 ABC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한국 기업이 과다하게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기업이 신문의 발행 부수와 주요 독자 계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기업과 신문사가 좀더 긴밀하게 협조한다면 앞으로 5~6년 안에 이 제도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광고자율심의기구도 방송위원회의 통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민간이 설립한 기구가 자율적으로 광고를 심의합니다. 소비자 관련 단체와 광고주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죠."

벨기에 출신인 아드리얀센 사무총장은 필립스 마케팅 담당이사 등을 거쳐 95년 국제마케팅 및 관리업무 담당으로 WFA에 들어왔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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