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산문학상 수상 중견시인 황동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기대하지 않았던 상이었습니다.하기는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상이든 무엇이든 좋은 일이 생기더군요.최근 14년에 걸쳐 쓴 「풍장(風葬)」시리즈 시집을 상재하고 약간의 허탈감에 젖어있을때였습니다.바빠 여행은 엄두도 못내고 책을 읽 어도 건성으로 읽게 되는 그런 때였습니다.그때 대산문학상 수상소식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게 해 주었습니다.』 중견시인 황동규(57.서울대영문과 교수)씨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 시집 『미시령 큰바람』으로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산재단(이사장 愼昌宰)의 대산문학상은 최근 2년동안 발표된 단행본 중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것을 선정,발표하는 문학상이다.수상작인 『미시령 큰바람』은 극 서정시라는새로운 틀을 선보이고 있다.대부분의 서정시는 사랑.슬픔.분노 등 감정의 상태를 정태적으로 표현하는 데 비해 극 서정시란 시속에서 시적 자아가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설명이다.
『미시령 큰바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극 서정시를 더 살아있는 실체로 만들고 소도구 하나 하나에도 눈길을 주겠습니다.시 한편한편 중간에 만족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불만으로 남아있게 쓰겠습니다.앞으로 그 길이가 얼마나 더 주어질지 모 르나 사는 동안 삶을 더 실감있게 사랑하려 애쓰겠습니다.그리고 앞으로 또변하겠습니다.변함속에서만이 인간의 자유와 열림이 있음을 거듭 체험하겠습니다.』 지난 58년 등단,젊은 날의 열정으로 충만한「시월(十月)」의 강물을 건너 어두운 시대의 눈을 맞으며 「몰운대」를 거쳐 이제 「미시령」을 통과한 그의 시적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黃씨는 상금 3,000만원을 받으며 시집은 내년 번역가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에서 출판,소개된다.시상식은29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