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新 중국 공략법 "아낌없이 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소속 일본인 여성대원이 지난 2월 중국의 구이저우(貴州)성 산두(三都)현에서 동네 아이들과 모여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중국 아이들은 JICA 대원들을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JICA 제공]

'연리'(連理)라는 말이 있다. 두 나무의 가지가 한데 붙어 결국 한 나무가 되는 것이다. 좀처럼 이뤄지기 어려운, 절묘한 인연이다. 아시아 곳곳에선 이런저런 '연리'가 진행 중이다. '윈-윈 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그 현장을 보자.

◇중국 현지에서=베이징(北京)시 둥산환(東三環)에 있는 파잔(發展) 빌딩. 이곳 11층에는 반관반민의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베이징 사무소가 있다. 일본인 직원 19명과 중국인 전문가 23명이 일하고 있다.

JICA의 임무는 겉보기엔 간단하다. 지원과 협력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직원들은 낙후 지역은 물론 오지까지 넘나 들어야 한다. 중국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침략자 일본'의 이미지를 씻는데 외교관 100명보다 더 효과적인 '외교 첨병'들이다. JICA의 대표적인 사업은 사막화가 진행 중인 서부 지역에 대한 조림사업이다.

"쓰촨(四川)성 황무지에 귀여운 묘목이 자라고 있다. 척박한 땅의 사면(斜面)으로 옮겨졌는데도 꿋꿋하게 머리를 밀어올렸다. 가슴 뭉클했다. 묘목 70%가 살아났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 흘린 직원들도 있었다."

조림사업을 담당하는 가토 도시노부(加藤俊伸) JICA 부소장의 말이다.

JICA가 중국 사업을 시작한 것은 79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13년 전이다. 2002년에만 협력사업에 62억4000만엔(약 620억원), 무상지원에 61억7000만엔을 썼다. 결핵퇴치에도 3억엔(약 30억원)이 들어갔다. JICA는 소아마비와 중중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이즈 퇴치에도 적지 않은 공로를 쌓았다.

그러나 정작 JICA의 중요한 역할은 따로 있다. '일본 내 중국전문가'를 키워내는 일이다. 지난해에만 JICA를 통해 1600여명이 중국을 배우고 갔다. 408명의 전문가도 중국 내 중.일 합작회사를 찾아 관련분야의 연구조사를 마쳤다.

◇일본 국내에서=지난 1월 말 일본 도쿄(東京) 기오이초(紀尾井町)에 있는 도요타(豊田)자동차 영빈관.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과 도요가쿠엔(東洋學園)대 인문학부 주젠룽(朱建榮.46)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였다.

朱교수는 지난해 재일 중국인 교수 60여명이 설립한 '재일화인(在日華人)교수회의'의 리더다. 회원 대부분이 중국 지도부와 통하는 인맥을 갖고 있어 일본 정.재계의 정책 자문에도 응하는 파워 그룹이다.

이날 두 사람의 화제는 러시아가 일본과 중국에 팔려고 내놓은 동시베리아 유전이다. 중국은 파이프라인을 바이칼호의 남측에서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시를 잇는 안을, 일본은 북쪽으로 돌아 극동 연안의 나홋카로 통하는 안을 놓고 경합 중이다.

朱교수가 제시한 절충안은 파이프라인을 일단 다칭까지 끌고온 뒤 다시 나홋카로 연장하는 '중.일 공동건설안'이다. 먼저 민간 차원에서 논의한 뒤 정부 간 협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알기'는 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여름 일본내각 직할로 비밀리에 '중국연구회'가 출범했다. 중국인 경제전문가 10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물론 일본 내 중국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이 한달에 한번 만나 토론한 내용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에게 직보된다. 정책 결정에 직접 반영된다는 얘기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가 외국부를 없애고 국내외 기업이 모두 1부로 편제된 것도 커룽(柯隆)연구위원의 아이디어였다.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은 최근 '중국 고교생 잡기'를 선언했다. 타깃은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다. 명문 쑤저우중학의 고교 과정에 '와세다 진학반'을 새로 만들기로 쑤저우중학 측과 합의했다. 진학반 학생들은 영어와 면접시험에만 합격하면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에 진학할 수 있다. 당장 내년 4월 신학기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와세다대학의 중국 진출 배경에는 '친일(親日) 중국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쑤저우에는 2500여개의 일본계 기업이 진출해 있는 만큼 '일본을 아는 중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 중국 내 일본계 기업에 간부로 특채될 가능성이 크다. 와세다대학은 상하이(上海).베이징 내 명문고와도 비슷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