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나 HP회장 "서버, IBM 누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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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2년 5월 컴팩과 합병한 뒤 2년간 구조조정으로 숨고르기를 했던 칼리 피오리나 휼렛 패커드(HP) 회장의 전방위 공세가 시작됐다.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29일 "피오리나 회장이 올해부터 PC.프린터 등 개인용 컴퓨터와 주변기기시장뿐 아니라 기업용 서버시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HP는 지난 한 해 동안 2580만대의 PC를 출하해 시장 점유율 16.9%로 기존 1위인 델(16.4%)을 제치고 세계 PC시장에서 이미 최강자로 올라섰고, 기업용 서버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27.3%로 1위 IBM(31.6%)을 맹추격하고 있다.

프린터 시장에서도 43.2%의 점유율로 과거 '프린터 왕국'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또 디지털 카메라.개인휴대 단말기 등 지난 2년간 150개 신제품을 출시하고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합작해 유료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에도 진출하는 등 공세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PC업계 사상 최대의 합병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당시 주가가 25% 급락했고 프린터 기업 이미지를 고수하려던 창업자 가문 월터 휼렛과 법정소송까지 가는 공방도 벌였지만 '피오리나 회장이 결국 옳았다'는 중간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합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1만7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했고 이달 계획보다 1년 앞당겨 35억달러의 비용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또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만한 규모인 65억달러를 비축했다.

배런스는 "피오리나 회장은 막대한 현금 유보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로 합병 이후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관찰대상 목록'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HP PC의 대당 영업마진은 1%로 경쟁사 델(6~7%)에 크게 못미치는 등 수익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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