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군사동맹 빼곤 최고수준 격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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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오후 인민대회당 접대청에서 조약서명식을 마친 뒤 건배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로 합의한 대목이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래 16년 동안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 등 주로 실질적 관계에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중장기적 비전과 인식을 공유하고 긴밀히 논의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 강화를 최우선시 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던 가운데 한·중 관계의 업그레이드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양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는 물론이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문제, 더 나아가 범세계적 이슈에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관계는 수교 당시 경제·통상 분야에서 출발해 98년 ‘21세기 한·중 협력동반자 관계’와 2000년 ‘전면적 협력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를 거치며 발전해 왔지만 그동안 전략적 단계로까지 진입하진 못했다.

기존의 ‘비(非) 전략적’ 관계는 사안별로 필요한 분야에 한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양국 관계뿐 아니라 범세계적 이슈에서 협력을 다지고 정치·외교 문제에서도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전략적 관계다. 구체적으로는 ^정상 간 셔틀외교 정례화 ^고위급 전략대화 개설 ^군사 핫 라인 개통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전략적 관계는 군사 동맹 관계를 제외하면 가장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전략적 관계를 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 18개국과 맺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먼저 우리가 전략적 관계로의 격상을 제의했던 것을 중국이 거부했으나, 이번에는 그 반대로 중국이 먼저 제의해 왔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동반 발전하는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양측이 공유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한·중 관계의 격상을 통해 한·미 동맹 강화 및 한·미·일 3각 축을 견제하려는 중국 측의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4월 취임 후 첫 순방에서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가장 밀접한 이웃인 중국과의 관계를 다짐으로써 ‘이명박 외교’의 포석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의 포석은 미국과는 ‘전략동맹’,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요약된다. 6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4강 외교의 1라운드가 끝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전 세계를 무대로 본격적인 글로벌 세일즈 외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포석을 마무리 짓고 앞으론 본격적인 실리(국익) 챙기기에 나설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글=예영준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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