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연희동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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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의 기업인 조사가 본격화된 8일부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측은 『더이상 아무런 할말이 없다』며 극도의 체념상태를 보이고 있다.盧씨의 측근들도 보도진의 질문에 『더 답변할 게 없다』『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짜증섞인 반응 으로 자포자기의 심경을 느끼게 했다.
특히 盧씨에게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는 「스위스 은닉 비자금」여부에 대한 검찰수사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자 연희동은 최악의상황에 빠진 긴장감이 확연.
…이날 오후에는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과 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등 盧전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좌했던 양 측근만이 盧씨를찾았을 뿐 다른 내방객은 없어 연희동의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丁.崔전실장들도 현안에 대한 논의보다 전날 盧씨가 건강이 악화됐다는 보도를 보고 위문차 찾았다는 게 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의 전언이다.
측근들도 주로 盧씨가 대통령시절 있었던 일화를 얘기하며 기분을 맞춰주는 수준일 뿐 『더이상 현안얘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는 게 공통된 전언.
한 측근은 『盧전대통령을 웃기러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할 정도다.그러나 표면적인 반응과 달리 盧씨 진영은 기업인들의잇따른 소환조사에 적잖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이 감지된다.
한 측근은 『기업인 조사부분은 김유후(金有厚)전사정수석이 관찰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혀 盧씨의 2차소환에 대한 물밑준비가은밀히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구속이후의 법리공방은 한영석(韓永錫)전사정수석이 외국판례를뒤적이며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더구나 盧씨측근의 좌장격인 丁전실장이 7일 오후부터 『시골에 내려간다』며 집에 들어오지 않은데다 이날 검찰소환조사를 받은 盧씨의 동서 금진호(琴震鎬)민자당의원도 『시골에 갔다』며 귀가하지 않아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모처에서 「협의」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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