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청소년 클래식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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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오페라하우스에서 중고생의 정규 음악 수업이 진행됐다. 단순한 체험 학습 수준이 아니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교향곡을 듣고 그 연주에 쓰인 악기, 곡의 역사를 알아보는 정식 수업이다. 성남아트센터가 국내 처음 실시한 ‘청소년 클래식 이야기’가 그 역할을 맡았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이 있나요?”
  교실에서나 나옴직한 물음이 콘서트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간단한 곡 설명이 이어진 후 주빈메타 지휘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가 연주됐다. 실제 연주가 아닌 동영상을 통해서다. 그렇지만 그 ‘울림’은 좁은 교실서 듣는 것과 사뭇 달랐다.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음악 속으로 빠져 들었다. 99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서 지난 13일 열린 한 학교의 음악수업 현장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성남아트센터가 지역 중·고생들을 초청해 음악수업 ‘청소년 클래식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공교육이 실제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최초라서 주위 관심이 높다.
  야탑고는 1학년 전체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학교의 이재현(41) 교사는 “지역의 대표적 문화시설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어렸을 때 본 한편의 연극이나 공연이 의외로 큰 감명을 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선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연이나 교육적 효과가 높은 동영상을 관람한 후, 강사의 설명을 듣는다. 수업용 동영상의 연주곡은 김강하(41·여) 강사가 직접 고른다.
  “음악은 공기와 같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이 세상은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만큼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음악칼럼니스트인 김씨는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과 음악의 친숙성을 강조했다. 그는 “까다로운 규칙이나 용어들 때문에 학생들을 클래식에서 멀리하게 해선 안된다”며 “음악을 가까이 할 기회를 자주 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김희재(1년)양은 “비록 동영상이긴 하지만 실제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며 “어렵게만 느껴온 클래식을 재미있게 설명해줘서 그런지 즐거운 시간이 됐다”고 했다. 주지수(1년)양도 “이 수업을 듣고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실제 연주회장에 자주 찾아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야탑고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0개 학교가 참여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큰 호응을 볼 때 실제 연주회가 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행사가 공교육의 일환인데다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성남아트센터의 행사장인 점을 들어, 참가비(4000원)없이 무료로 진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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