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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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재미있다구요?』 상운이 솔깃해서 귀를 기울였다.
『그렇습니다.지구상에 이 나라만큼 재미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항상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루하루를 맞고 있으니까요.하루면 불바다가 되는 남북한의 대치상황,5천년 험난한 역사동안 생존을 위해,가장 확실한 삶만을 위해 생명을 이어온 민족이 니까요.그래서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 나라만큼 가능성이 큰 나라도 없습니다.언젠가 저는 학회에 갔다가 한 저명한 교수님의 얘기를듣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그 분은 자기가 세계를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더이상 외국의 심 리학파에 앞으로의 정신을기댈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외국의 심리학파들은 학파를 이루면서그 학파에 옹글게 속해야 환자를 볼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등의 시답잖은 소리만 하고 있다는 거지요.내 마음 속에 모든 것이 다 있는데 마음 은 들여다 보지 않고 쓸데없는 짓만 한다는 거예요.제가 보기에도 서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그들은 언어.이성.합리주의로 세계를 보았고 그렇게 해서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그렇게 해서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본 상태입니다.그 다음으로 세상과 자연을 보려면 초언어.초이성.초합리의자세가 요구되는 데 그들은 이성적인 분명한 자세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그러한 자세는 동양에 있습니다.그래서 서양은 동양을 배우려고 열심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그들이 토대로갖고 있는 합리주의.언어.글이 그것을 부정하니까요.이성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한 그들은 무심(無心)을 배울 수 없습니다.무심이란 이성을 초월해 인간과 자연을 보는 자세로 이런자세는 타고 나야 하고 체험을 통해 강화 돼야 하며 또 그 습성에 젖어있어야 합니다.앞으로의 문명과 문화는 이러한 무심의 자세를 요구합니다.10년이 한달이 되는 급변하는 세태를 더이상이성의 힘만으로는 헤쳐갈 수 없을 테니까요.앞으로는 불확실성 속에 길이 있고 확실성 속에 는 길이 없습니다.불확실성을 나아갈 수 있는 곳은 동양 특히 한국에서 가능하다고 봅니다.저는 일본도 가봤지만 그들의 집단 중심의 문화,치밀한 사고,서양의 모방 등에서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그것은 단기간에는 힘을 발휘할 지 몰라도 비 약적인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중국이나 인도는 잘은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여건 등이나 언어의 수준 등으로 볼 때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힘을 발휘하기는 아직 요원하지 않을까 합니다.그래서 저는 앞으로 동양문화의 중심이 2050년정도까지는 한국이 되리라고 봅니다.한국은 경제.문화.언어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많습니다.만일 우리 문화권에서 몇명의 초인,인간 메시아가 나타나서 자기 눈과 안목을 열심히 밝힌다면 그 동안 불확실성 속에 주저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뒤따라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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