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꾸기 거듭하는 한보 이유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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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보그룹이 자꾸 말을 바꾸고 있다.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에 대한 검찰조사 결과 5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鄭회장소환에서 밝혀진 내용은 그동안 한보가 해명했던 것과 상당히 달랐다.지난달말 한보가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주었다는 보도가 있자 한보는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극구 해명에 나섰다. 당시 한보측은 『사채를 300여억원 쓴 적은 있지만 빌릴때 盧씨 돈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鄭회장도 최근에야 돈 주인을 알았다는 변명이었다.그러면서 한보는 『盧씨 돈인줄 알았으면 안썼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그러나 한보측은 盧씨돈 임을사전에 알고 빌려썼다고 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은 5일 밝혔다.한보는 반면 6일 현재까지도 『盧씨 돈 인줄은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명전환해준 돈의 액수도 한보 주장의 두배에 이른다.한보는 동화은행에서 실명전환한 300여억원일뿐이라고 말했다.그 이상은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수사결과 동화은행 뿐만 아니라 상업.국민은행등에서도 실명전환 사실이 나타났다.액수는 모두 599억원에 달한다고 安중수부장은 말했다.
한보의 말바꾸기는 이 뿐이 아니다.검찰이 비자금 관련설을 밝히기전 이미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의원의 폭로가 있었다.李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680억원의 盧씨 비자금이 한보에 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결과 李의원의 주장은 거의 사실로 나타났다.그러나 당시 한보측은『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그러다 며칠뒤 300억원의 실명전환 내용이 드러나자 『당시(李의원 폭로때)에는몰랐던 내용』이라고 이를 뒤집었다.
이같은 한보의 말바꾸기로 미루어 다른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한보는 盧씨돈 유입설이 있을때 「사채」라는 점을 유달리 강조했다.중개인은 『한 사채업자』라고 말했다.그러나 연결고리를 쥐고있는 중개인으로 국회의원인 K,L씨가 거 론되고 있다.鄭회장이 돈 주인이 盧씨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단순한 사채업자가 거래를 맡았는가에 의혹이 있다.한보는 왜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했을까.이 내용들은 전부 실명전환에 관한 것으로 조금만주의를 기울이면 바로 캐낼수 있다.때 문에 업계일각에서는 실명전환에 시선을 쏠리게 해 한보에 치명타인 수서사건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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