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전망>투자심리 회복 시간 걸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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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주 주식시장은 마치 「비자금」사건이 처음 터진 때와 비슷했다.종합주가지수가 월요일(30일)9.18포인트 빠졌다가 다음날 바로 7.39포인트 회복됐다.1주일 동안 2.08포인트 하락해 989.97로 끝났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금주 주가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금리가급격히 떨어져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별로 자신있는 눈치는 아니다.따라서 추천하는 종목도 지난주 강세를 보인 보험주와 공개가 예정된 기업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종목을 권하는 정도다.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한 가지만 생각해 보자.
가령 비자금사건이 없었더라면 주가는 지금 한창 오르고 있을까.
1,100이나 1,200쯤 가 있을까.대답은 간단하다.거래량이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9월에는 7월보다 힘이 없었 고 10월에는 8월의 약세장보다 더 적었다.10월에 들어와서도 셋째주(상승)의 거래량은 첫째주(상승)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지난주(하락)거래는 둘째주(하락)보다 더 빈약했다.
시장이 단계적으로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얘긴데 이는 이미예상했던 바다.시장을 떠나는 개인들을 돌려 세울 비방이 없는 형편에 한도확대에 따른 쇼핑을 끝낸 외국인마저 휴식에 들어갔다.이제 외롭게 남은 그룹은 지난달 3,900억원 의 순매수를 보인 국내기관들.이들도 더 이상 적극적일 처지는 아니다.
요컨대 시중에 자금이 비교적 풍부해 금리가 내려갔다고 하나 주가상승의 마지막 걸림돌인 「투자심리」가 돌아서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사실 주가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지난 5월 이후 무역적자폭 이 줄어드는추세에 있다는 사실이다.10월의 1억6,500만달러 적자는 올해 최저수준이다.주가상승의 여건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그러면 조정은 언제나 멈출까.종합주가지수로는 75일이동평균선(4일 현재 964근처),거래량으로는 5~6월 수준까지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의 조정현상은,적어도 기술적인 입장에서는,지극히 정상적인 수축 작용의 진행일 뿐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퍼져 있는 불안감,즉 국내경제 또는 자금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식의 시나리오에 겁을 먹어서는 안된다.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시련일 뿐만 아니라 결 코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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