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비자금 헛소문에 기업 죽을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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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검찰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확인되지 않은 「설(說)」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소문때문에 폭락하는가 하면 어음이 돌아오는등 자금차입에도 애로를 겪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무분별한 언론보도에 피해를 봤다면서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법적대응도 고려하는등 자구책을 모색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가하락=검찰을 통해 이번 사건의 관련사실이 확인된 대우.
한보철강을 제외하면 3,4일 이틀간 심한 주가하락을 보인 기업들이 대부분 소문의 피해자다.
청구.거평.나산실업.신호제지등 최근 주가 하락폭이 큰 기업들은 대부분 盧씨 재임시절 사세(社勢)가 크게 확장됐거나 대형 기업을 인수한 사실이 있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아직까지 盧씨 부정축재 사건과 관련,어떤사실도 확인된 적이 없는 기업들이다.
◇기업반응=상당수 기업들이 일부 언론의 앞지르기 보도나 미확인 추측보도,시중의 헛소문 때문에 당장 큰 애를 먹고 있다.
관련도 없는 회사들이 소문에 휩쓸리거나 언론에 오르내릴 경우주가가 폭락하거나 매출이 주는가 하면 자금조달에까지 큰 영향을미치기 일쑤라는 것.
정보가 빠르고 소비자나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즘기업경영을 잘 하려면 물건 자체도 좋아야 하지만 포괄적인 기업이미지나 도덕성도 무시못하는 요소가 된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좋든 싫든 언론에 이름자체가 거론되는 것을 극력 꺼리고 있다.D그룹의 한 임원은 『이럴 때 어떤형태로든 언론이나 소문에 회사이름이 오르내려 덕 볼게 없다는 기업 본래의 방어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분석 했다.
◇기업간 역정보=盧씨 부정축재 사건이 터진후 증시등에는 그럴듯한 각종 소문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정치권에 도는 괴문서 1.2.3탄」 「5개 검찰소환기업」 「실명제 위반 5개 기업」 「盧씨에게 돈준 기업 52개명단」등 모두가 기업과 관련된 소문들이다.
이 소문대로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국내경제는 극도의 혼란에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한다』며 『그러나 최근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일이 많아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시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정보중에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퍼뜨리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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