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제3 교섭단체 … 복잡해진 협상방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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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左>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국회가 3개 교섭단체 구도로 재편된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만나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양당은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이어 세 번째 교섭단체가 된다.

두 당은 합당이 아니라 정당 간 연대 형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서로 다른 당으로 있으면서 정책에 대해 연대한다는 복안이다. 두 당은 18대 국회 개원(6월 5일) 전에 등록을 할 예정이다. 새 교섭단체의 의석 수는 18석(선진당)+3석(창조한국당)이다.

또 교섭단체 대표와 명칭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헌정 사상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연대 형식의 교섭 단체 구성은 이례적이다.

18대 국회가 양대 교섭단체 구도에서 3개 교섭단체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여야 협상도 복잡해지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협상 대상이 더 늘어나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난제를 떠 안게 됐다. 선진당이 같은 보수 성향이지만 야당이라는 특성상 한나라당에 각을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여야 일대일 구도라면 선명한 여당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쉽다. 하지만 새 교섭단체가 끼어들면 야권 내부의 의견을 미리 조율해야 하는 등 대여 협상이 불편해질 수 있다. 또 당장 야당 몫 상임위원장직 1개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민주당의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인위적인 교섭단체를 만든 것은 너무 작위적”이라고 비판했다.

두 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Q&A로 풀어봤다.

Q:전례는 있나.

A:1963년 6대 국회에서 민주당(13), 자유민주당(9), 국민의당(2)이 ‘삼민회’라는 교섭단체를 만든 적이 있다.

Q:누가 먼저 제의했나.

A:최근 비교섭단체 설움을 톡톡히 겪은 이 총재가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2주 전쯤에 선진당이 먼저 제안을 했고 최근 2∼3일 사이 급물살을 탔다. 문 대표는 소극적이었으나 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21일 문 대표를 만나 설득하면서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당은 내심 교섭단체 구성 후 합당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창조한국당이 합당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Q:교섭 단체가 되면 뭘 얻나.

A:양당이 합당하지 않은 채 교섭단체로 등록하면 국고보조금을 더 받는 혜택은 없다. 대신 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를 1개 정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국회 의사 일정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Q:교섭단체 이름은.

A:국회법에 따라 새로운 교섭단체명을 만들어 등록해야 한다. 두 당의 이름을 병기하는 것은 유사 정당 명칭을 금지한 법에 따라 불가능하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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