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청소년 윤리서적 출간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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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 윤리서적 출간 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다.이에 따른 편저자간의 윤리교육을 둘러싼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청소년의 윤리교육을 학교기관에만 맡겨둘 것인가.
전통가치관의 붕괴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청소년 윤리문제는 국민모두의 책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저명 인사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간추린 책을 펴내면 불티나 게 팔리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들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기 보다는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성격이 강하다.
청소년 윤리문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물은 윌리엄 베네트 전교육부장관.그가 93년 인생덕목을 주제로 한 많은작가들의 글을 묶은 『미덕의 책』(The Book of Virtues)은 청소년 윤리타락의 심각성과 맞물려 무려 250만권이나 팔렸으며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베네트는 최근 속편격인 『윤리 나침반』(The Moral Compass.Simon & Schuster刊)을 펴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초판으로 73 만권이나 찍은 이 책은 발표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쉽게 올랐다.또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를 두 차례나 수상한 작가 허버트 콜과 잡지 편집인인 콜린 그리어가 공동으로 편집한 『필수인격』( A Call toCharacter.Harper Collins刊)이 조만간 나올예정이어서 미국에서는 전통 가치관의 재발견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이 책들의 특징은 창작이 아니라 20세기 초에 학교나 가정에서 즐겨 읽혔던 글을 빌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만큼 책에 실린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통적 가치관이지만 편자에 따라 약간의 시각 차이가 느껴진 다.『필수인격』이 『윤리나침반』에 비해 리버럴한 색채가 조금 더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에서는 이 책들의 내용을 놓고 비교분석이 활발하다.베네트가 처음 묶었던 『미덕의 책』이 인간의 기본적인 미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속편격인 『윤리나침반』은 가정의 소중함,시민이 갖추어야 할 요건,리더십등으로 논의 범 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네트의 새 책 『윤리나침반』과 허버트 콜 등의 『필수인격』의 비교 분석도 재미있다.
『윤리나침반』과 『필수인격』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항목은 자기수양.책임감.용기.정직.동정심.성실 등 6개항이다.이외에 『윤리나침반』에서는 우정.공부.인내.신념 등이 더해지고 『필수인격』에서는 창의성.관대함.공감.명랑함.성실 .융통성.균형감각.공명정대함.사랑 등의 항목이 덧붙여진다.
두 책에서 동시에 인용되는 작가는 도로시 캔필드 피셔.프레데릭 더글러스.로버트 프로스트.윌리엄 셰익스피어.빅토르 위고.오헨리.찰스 디킨스 정도에서 그친다.두 책에 실린 글들도 시각에서 약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윤리나침반』에서는 보이스카우트 선서가 인용된 반면 『필수인격』에서는 유엔의 어린이 권리선언이 실려 있다.또 베네트의 작품에는 고전 작품외에도 설화 등이 많이 실려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그래서 두 편자간에 책 내용을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외신에 따르면 『필수인격』의 편자들이 먼저 『윤리나침반』을 두고지나치게 엄숙주의에 빠졌다고 공격하고 『필수인격』은 정의.공평.동등 같은 가치관을 유도한 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 다.이에베네트는 정의 문제는 학교기관에 맡기고 민주시민이 개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과 개인적인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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