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가지가지 채식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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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육류를 끊는 사람이 있고, 환경과 동물 사랑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삶의 한 방식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 파문으로 채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http://www.vege.or.kr)에 따르면 쇠고기 파동 이후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하루 300여 명에서 70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회원 수도 하루에 10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선릉역 인근 뉴스타트 채식 레스토랑에서 열린 한국채식연합의 주말 채식모임을 방문했다.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40대 아저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이트에 가입한 지 2주째, 채식모임에는 처음 참석한다는 양경남(33)씨는 최근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 관련 뉴스를 보면서 채식을 결심한 경우다. “요즘 TV에서 소를 도축하는 장면이나 닭을 살(殺)처분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잖아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저들도 생명인데 우리가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육식을 그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 중에는 인간의 먹거리가 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일반인들보다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머리만 잘리고 통째로 튀겨진 통닭을 보면서 살아있는 닭의 모습을 상상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요리된 고기를 씹을 때마다 살아있는 동물의 모습이 생각나더라고요.”(임세영·33)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것을 느껴 채식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1년 전만 해도 키 168㎝에 70㎏이 넘는 비만이었던 박현정(27)씨는 채식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15㎏을 뺐다. 엄정혜(35)씨도 5년 전 몸이 이유 없이 아프고 무기력해 채식을 선택했다. 그 뒤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마음도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물론 채식을 한다고 무조건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채식을 시작한 지 2~3개월 후부터 일종의 ‘금단현상’을 겪었다는 김태균(35)씨는 “포만감을 느끼고 싶어 그랬는지 밥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더라”며 “단맛을 찾아 과일을 많이 먹으면서 일시적으로 몸무게가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주와 삼겹살로 대표되는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문화, 채식주의자들은 어떻게 견딜까. 육류는 안 먹지만 해산물까지는 먹는 부분 채식주의자들은 “한약을 먹고 있어 당분간 고기를 못 먹는다”는 식으로 둘러대면서 회식자리를 모면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원복 채식연합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별난 놈’ 취급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어 떳떳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채식을 하는 상당수 사람들의 직업이 프리랜서인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글=안충기·이도은·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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