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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공해 도시’ 탈출하려는 안산시의 ‘푸른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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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안산시 성포동 주공아파트 10단지에 사는 홍옥자(66)씨는 이웃 젊은 주부들의 ‘시어머니’다. 전기와 물을 헤프게 쓰면 불호령을 한다. 홍씨는 시간만 나면 부녀회에서 자린고비 에너지 절약법을 가르친다. 안산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홍씨는 지난달부터 이웃을 돌며 ‘에버그린 환경인증제’ 회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환경인증제 시범마을 세 곳 중 하나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환경인증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안산시가 시범 도입한 제도로 7월부터 시행한다. 주민들이 홈페이지(www.asegreen.kr)에 등록해 전기·도시가스 사용량을 기록하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절약 실적에 따라 ‘탄소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가 쌓이면 문화예술전당 입장권으로 바꾸거나 홈페이지의 친환경상품점에서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홍씨는 “50가구가 가입했지만 10단지 1380가구 중 10% 이상을 회원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CO2 배출 1위 탈출하자=인구 73만 명의 안산시는 시화·반월공단을 끼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많다. 2013년 이후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되면 경기도 다른 시·군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내관 안산시 지구환경과장은 “올해는 가정과 학교, 내년에는 공공기관과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7~11월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탄소 사냥대회’도 연다. 100명 이상의 팀 단위로 에너지 절약 점수를 합산해 팀별 순위를 가리는 행사다. 상금도 5000만원을 준비했다. 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700만 그루의 나무도 심기로 했다. 다음달 6일에는 환경인증제를 담당할 재단법인 에버그린21 출범식에 맞춰 ‘기후보호 도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동참한다=환경인증제 시범마을인 초지동 원당마을의 주부 조미야(43)씨는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전기와 물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이웃들도 25일 마을잔치 때는 1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당마을 80가구 중 15가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용녀(45·고잔동)씨 등 주부·시민 30명도 인증제 교육을 받았다. 7월부터는 온실가스 줄이기 필요성을 알리는 인증제 서포터스로 활동할 계획이다.

◇다시 태어나는 안산=오염된 시화호와 공장 악취 탓에 ‘공해도시’ 오명에 시달렸던 안산시도 달라지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악취에 잠을 못 잤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10년간 안산에서 산 홍씨나 5년이 된 조씨도 “공단 근처에서는 비 오는 날 코가 매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부터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공장에서 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술·예산을 지원한 덕분이다. 2004년 964건에 이르렀던 악취 민원도 지난해 205건으로 줄었다.

안산시에는 태양광·풍력·지열·조력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도 들어섰다. 2005년 육지에서 떨어진 작은 섬 육도에 9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시청 본관과 시의회 건물에도 2006년 말 72㎾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췄다. 초지동 안산도시개발㈜엔 풍력발전소가, 상록구 상록보건소에서는 지열 난방시스템이 설치됐다.

안산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방조제에 짓고 있는 발전용량 25만4000㎾의 세계 최대 조력발전 시설과 인근 대부도 방아머리에 풍력발전소가 건설되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화호 환경지킴이 최종인씨는 “안산시 환경이 좋아지고 있으나 친환경 정책이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사후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산=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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