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크’…해외유전·에너지주 덕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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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금융 위기가 한풀 꺾이자 이번엔 치솟는 기름 값이 세계 증시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3달러 넘게 뛰어오르자 코스피지수는 22일 장중 1810선까지 밀렸다가 전날보다 0.65% 떨어진 1835.42로 마감했다. 0.19% 오른 보험업을 제외한 전 업종이 주저앉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와 해외 자원 개발주는 상당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풍력발전 부품을 만드는 코스닥의 태웅·평산·현진소재는 각각 2~5% 넘게 급등했다. 미국 차기 대선 주자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모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적극적이라는 분석 덕분이었다. 이들 업체는 미국 풍력시장을 이끄는 주요 터빈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26% 올라 647.15가 됐다.

◇증시 ‘흑색 불안’=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48억원과 2707억원을 내다 팔았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1분기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자 그동안 시장이 유가 변수를 평가절하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름 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시장이 더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의 최대 피해자는 기름을 많이 쓰는 항공·해운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각각 4.47%와 3.54% 급락했다. STX팬오션(5.32%)과 대한해운(2.5%)도 떨어졌다. 이들 종목이 포함된 거래소 운수창고 업종 지수는 하루 동안 2.87% 밀려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은 어차피 거쳐야 할 증시 조정에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란 주장도 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1900선까지 빠르게 반등했기 때문에 한 번은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고유가 수혜주는=유가 상승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 악재다. 그러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종목도 있다.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 유망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동양종금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태양광은 ㎾당 발전 단가가 너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생산 단가가 낮은 풍력발전에 점수를 줬다. 반면 대우증권 이응주 선임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풍력발전이 가능한 곳이 제한적인 반면 태양광은 어디나 설치 가능하다”며 “특히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 한낮에 생산량이 많아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를 비롯한 해외 에너지 확보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에너지(페루), LG상사(오만·카자흐스탄) 등이 해외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는 중동의 건설 특수를 누릴 수 있는 대형 건설사도 혜택이 기대된다. 현대건설·GS건설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용 2차 전지를 생산하는 LG화학도 고유가 수혜 종목으로 분류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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