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아담&이브] 검색어 1위 ‘G스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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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어떤 검색어를 통해 웹사이트에 들어오는지 늘 확인하게 된다. 최근 몇 달 동안 조류 인플루엔자(AI), 광우병 등 특별한 이슈가 되는 검색어를 제외하면 의외로 ‘G스팟’이 유입 검색어 1위였다. G스팟은 아시다시피 질구에서 손가락 한두 마디 안에 있는 최강의 성감대다. 이것이 유입 검색어 1위라는 것은 숨어 있는 여성의 성이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증거가 아닐까?

G스팟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는 검색어가 ‘여성 사정(射精)’이다. 여성 사정은 1980년대까지 금기어에 가까웠다. 의사들은 성관계 중 소변을 실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80년대에 여성이 오르가슴 때 분출하는 액체의 성분이 소변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의학계와 화류계의 공통 화제가 됐다.

여성 사정은 놀랍게도 2400여 년 전 아테네의 현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언급했다. 2세기 그리스의 의학자인 갈레노스는 여성에게도 남성의 전립선에 해당하는 기관이 있으며 거기에서 사정이 이뤄진다고 주장했고 르네상스 때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레날더스 콜럼버스는 공알, 즉 클리토리스를 설명하며 여성 사정에 대해 언급했다. 또 17세기 독일의 해부학자 레그니어 디그라프도 여성이 흥분하면 분비물을 분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류 의학계에서는 여성의 분출 현상을 성관계 때 소변을 참았다가 분출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다가 1950년대 독일의 산부인과 의사 에른스트 그렌펜베르크가 G스팟의 존재를 알리면서, 뒤이어 여성 사정도 관심거리로 되살아났다. 여성 사정의 분비물에는 소변에 없는 전립선산성인산효소(PAP), 전립선특수항원(PSA)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G스팟 자극으로 스케네샘·요도주위샘 등에서 분출되지만, 클리토리스만 자극받아 사정하는 여성도 있다.

지금까지 서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54~60%가 평생 한 번 이상 사정을 경험하고 6%는 규칙적으로 사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분비물이 어떤 경로로 만들어지는지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독일의 개리 슈바흐 박사는 “여성도 훈련을 하면 누구나 사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학적으로 여성이 G스팟을 자극 받는 가장 쉬운 체위는 이른바 목동소녀 체위(Cowgirl Position), 즉 여성 상위다. 사실 그리스 이후 지금까지 여성 사정이 묻혀 있었던 것은 성관계가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로 불리는 정상위 중심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여성 상위와 적극적인 G스팟과 클리토리스 애무 등 여성의 주체성을 살리는 성행위는 여성 사정을 가능하게 한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의사가 “여성 사정은 없다”고 단언을 했는데, 요즘 인터넷에 넘쳐나는 여성 사정 동영상을 보게 되면 무슨 말을 할까?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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