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실명화 밝혀진 한보그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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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태우씨 비자금과 연루된 기업으로 처음 확인된 한보그룹은 30일 정태수(鄭泰守)총회장과 鄭회장의 3남 정보근 부회장,자금담당임원등이 모두 정상출근했으며 오전8시부터 1시간동안 20여개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이날 회의 는 비서실 임원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열려 앞으로 있을 검찰소환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
鄭회장은 주말인 28일 충남당진 철강단지 건설현장에 내려간 뒤 29일 밤 상경해 30일 오전 사장단 회의를 잠깐 주재하고외출한 후 회사에 돌아오지 않았으며,정보근 부회장은 오전 회사출근 후 부산으로 내려갔고 회사주요 관계자들도 오후 들어 대부분 사무실을 비웠다.
…지난 25일 새정치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의원의 『650억원의 6공비자금이 한보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던 한보그룹측은 불과 며칠만에 사실로드러나자 『당시까지만 해도 몰랐던 내용이며 소문 확인과정에서 369억원이 흘러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궁색한 변명.
이같은 해명 전례때문에 『노씨 돈인줄은 몰랐다』는 이번 해명도 설득력은 떨어진 상태다.
한보측은 특히 지난번 해명 당시 『함승희변호사도 비자금 실명전환에 관련된 Z그룹이 한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최근 밝힌바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한보측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등을 咸변호사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채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면피」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내기도.
…다음달 7일 鄭회장의 미국 출국과 관련,당초 신병치료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모종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룹측은 해명.
그룹관계자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나면 구체적인 사업 발표를확실히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도피성 외유는 아니다』고 언급.
…한보그룹 직원들은 모두 정상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으나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일손이 잡히지 않는 모습. 특히 91년 수서파동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터여서 이번에도 파장효과가 얼마나 될지 초조해하는 분위기.
한편 회장과 사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3층본부에는 경비담당자들이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통제해 「문단속」에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
…한보그룹은 30일 오전 자체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그룹 임직원들에게 긴급 사내 공문을 발송하고 한보가 비자금 관련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
정한근(鄭瀚根.정태수총회장의 4남)비서실장(사장)명의로 발송된 이 공문은 『항간에 떠돌던 그룹 관련 소문들이 사실과 달리왜곡,확대 해석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위가명백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니 만큼 이번 사태 로 위축되거나 동요됨 없이 현업에 충실해달라』고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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