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선출직 대의원 과반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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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0일 실시된 오리건과 켄터키주 경선에서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바마는 오리건주 경선에서 지지율 58%로 42%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눌렀다(개표율 44% 상황).

이에 따라 오바마는 최소한 25.5명의 선출직 대의원을 추가, 모두 1636명을 확보해 총 3253명인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1627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힐러리는 켄터키주 경선에서 65% 지지율로 오바마(30%)에게 압승했으나 대세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는 이날 밤 자신이 경선 첫 승리를 거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집회를 열고 “내가 처음 대권 도전에 나섰을 때 많은 사람이 ‘얼마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 승리를 통해 미국민의 변화 열망이 표출됐다. 미국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 언론의 예상과 달리 경선 최종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경쟁자인 힐러리를 극찬하면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강력 비판한 뒤 “여정이 길고 힘들지라도 미국을 위대한 변화로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조기에 경선 승리를 선언할 경우 경선이 남아 있는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비판과 힐러리 지지층의 반발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CNN 방송이 분석했다.

◇전망=이날 경선 결과에 따라 11월 4일 미 대선은 오바마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 경선은 아직 푸에르토리코(6월 1일)와 몬태나·사우스다코타(6월 3일) 등 총 86명의 대의원이 걸린 3개 지역이 남아 있다.

그러나 힐러리가 이들 지역에서 전승해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오바마는 이날 경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2025명)’에 50~100명 차로 근접한 반면 힐러리는 250명 가까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AP통신 집계). 게다가 오바마가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면서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200여 명의 수퍼대의원도 오바마에게 몰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20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전국 지지도(55%)에서도 힐러리(39%)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힐러리는 이날 자신이 압승한 켄터키 루이빌에서 즉석 집회를 열고 “오바마는 ‘매직넘버’에 이르지 못했다.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끝까지 싸울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어 “플로리다와 미시간주 경선 결과까지 합치면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오바마를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당규를 어기고 조기 경선을 실시하는 바람에 결과를 인정받지 못한 2개 주의 선출직 대의원이 이들 2개 주에서 승리한 자신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간접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31일 긴급 회의를 열고 2개 주의 경선 결과 인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설혹 힐러리의 주장대로 결론이 나더라도 오바마와의 격차가 워낙 커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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