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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선족 러시 어떻게 풀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 조선족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모국을 찾은 한 동포가 단원대부분의 입국이 거부되자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주의 역사를 지닌게 이들 중국 동북 3성(省)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핏줄의 조선족이다.이들을 초청 형식으로 비자까지 발급해주고는 입국심사에서 「행색이 초라하다」「약병이 많다」는 이유로 40명중 37명의 입국을 거부했으니 잘못돼도 크게잘못된 처사다.초청까지 해놓고 문전박대하니 이게 같은 동포로서할 수 있는 일인가.
정식입국도 밀입국으로 의심할만큼 조선족의 밀입국이 러시를 이루는게 현실이다.마냥 방치만 할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선족 밀입국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동북 3성의 중국동포를 관리할영사관의 설립이다.무작정 가랑잎같은 밀선을 타고 서울만 가면 돈벌 수 있다는 조선족사회의 망상을 불식시키면서 밀입국 아닌 정상적 루트를 통해 입국토록 홍보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있어야만한다.한-중간 미묘한 갈등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조선족 문제를 마찰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도 영사업무는 필수적이다.
기왕에 해외노동인력을 수입하고 있는 이상 동포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검토할만 하다.같은 언어와 유사한 관습.정서를 가졌으니 근로조건이 유리하다.올 한해에만 밀입국하다 잡힌 조선족이 300명을 넘고 2,000~ 3,000명이 밀항을 대기하고 있다는 소문이다.이들에게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고국에서 일하고 돈을 버는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한일이다.이들을 무작정 막고 통제만 하고 있으니 집을 팔아 밀항자금을 대게 되고,또 붙잡혀 강제출국 을 당하니 조국의 비정함만 탓하지 않는가.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합법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게 한-중간 예상되는 미묘한 마찰을 해소하고,기업체의 부족한 노동인력을 충당하면서,동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하는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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