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 행복한 공부] 숨은 재능, 아이 스스로 찾게 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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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개업의인 치과의사가 하던 일을 접고 보험 세일즈맨으로 직업을 바꿨다고 하더군요.

그분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치과의사는 그런 소망이나 열정과는 거리가 있었던 거죠.

사실 40대가 되어서도 자기가 하는 일에서 열정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세상에는 참 많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열정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인지 충분히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진로를 정하고 직업을 찾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냥 시류에 휩쓸려 요즘 어떤 직업이 돈 많이 번다더라, 어떤 학과가 전망이 좋다더라 하는 식으로 자녀를 이끄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뒤늦게 정체성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자신의 숨은 열정과 재능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코칭한 학생 가운데 중3 때 자기네 반에서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을 모아 시에서 주최하는 중고생 축구대회에 출전한 대현(가명)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원래는 학교 차원에서 대표팀을 모았지만 대현이는 그 대표팀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같은 반 친구들과 독자적으로 팀을 꾸려 대회에 나간 거죠.

다른 팀들은 모두 그럴싸한 유니폼을 입고 학교의 지원을 받으며 출전할 때 학교 체육복을 입고 당당히 싸워서 1승을 거뒀다는 얘길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그리 높이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다고 상을 받거나 성적이 오른 것도 아니니 말이죠. 대현이의 부모님도 그 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대현이에게서 사람들을 설득해 모으고 어떤 목표를 향해 함께 도전할 때 희열을 느끼는 강한 열정과 재능을 보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얘기해줬을 때 대현이의 눈빛에 차오르는 자신감을 보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저는 대현이가 자신의 열정을 느낀 이상 그런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열정을 확인할 때 그런 열정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성적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돼야 한다는 편견으로 인해 아이를 투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인정해줘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한번 되돌아 보세요.

최성환 아시아코치센터 학습전문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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