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09) 서울 서초갑 열린우리당 함종길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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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최전선에서 정책과 실무를 체험했습니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대한민국의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문화를 바꾸겠습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우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함종길(38) 후보는 그동안 쌓은 행정 경험을 자신의 가장 큰 자산으로 내세웠다. 함 후보는 “관료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는 대한민국 정치판의 누적된 병폐의 축소판과 다름없다”며 행정 사이드에서 축적한 경험을 정치에 접목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낮은 곳에서 국민들의 일상의 삶과 조화되는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치 행위도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민원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게 행정의 과제이듯이, 신개념 정치는 정치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함 후보는 행정고시에 패스한 관료 출신이다. 총무처·공보처·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 등을 거치는 동안 행정 경험을 쌓았고, 그 후 다시 사법시험에 도전해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그는 평소 염원해 온 ‘신개념 정치’를 펴기 위해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정치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아직 30대의 젊은이로서 한국 정치의 체질 개선을 향한 의지는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고 자부했다.

“서초갑은 신정치 1번지로 통하는 곳입니다. 학력·경력 등 외형이 화려한 후보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죠. 저는 나이는 젊지만 경영학·행정학·법학 등 현실과 밀접한 분야들을 두루 공부했고 , 현장에서 직접 이 지식을 적용해 봤습니다. 현실 적용 능력 면에선 어느 후보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함 후보의 경쟁 상대는 한나라당 이혜훈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표본오차 범위 안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영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정치 신인인 그가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탄핵 정국’ 덕(?)이다. 정작 본인은 “탄핵 역풍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역구민들이 변화를 바라는 만큼 그 전부터 승산은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 함종길 후보는 가장 시급한 정치 개혁의 과제로 부패정치 청산을 꼽았다. “모든 사회 문제는 부패정치에서 비롯된다”는 그는 “참신한 정치 신인들이 많이 진출해 부패하고 비능률적인 정치의 구조를 바꿔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안윤수 월간중앙 기자

“정치 신인들이 이번에 국회에 많이 들어가 견고한 부패 구조를 해체해야 합니다. 그럴 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갈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 정치가 부패의 늪에 빠진 근본 원인에 대해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공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돈 봉투 등 사사로운 보상과 서비스를 바라는 일부 유권자들이 정치 부패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지역 현안으로는 ‘교육문제’를 첫손꼽았다.

“서초갑은 중산층의 교육열이 높은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주민들은 그 어느 문제보다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다수 주민들의 요구가 서초구를 세계 제일의 교육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그는 사경을 헤매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공교육이 무너진 원인으로는 대학입시제도가 그동안 원칙 없이 수시로 바뀐 것을 지적했다.

“정당한 평가를 받아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공교육이 무너지진 않았을 겁니다. 서초갑이 진정 교육 1번지가 되려면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교육의 중심축이 되어야 합니다.”

함 후보는 안정 지향적인 지역 유권자들에게 이번만큼은 “변화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겐 맹목적 보수 말고 합리적인 보수가 되어 달라고 역설했다.

“서초는 보수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변화의 물결이 보여요. 보수층이라고 언제까지나 변화를 거부할 순 없습니다. 합리적인 보수로 변해야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지역 이익만 고집하는 건 참 보수가 아닙니다. 합리적 보수라면 정부와 협력할 건 협력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이익을 추구해야죠. 편견을 버리면 변화가 보입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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