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지 물맛 감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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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워터 카페 ‘몬드리안’의 사장 김홍국씨가 카페에서 파는 생수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종 생수에다 미네럴워터까지 먹는 물이 다양해지고 있다. 속칭 ‘워터 소믈리에’라는 물맛 감별사가 뜨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신영철(33)씨와 김홍국(38)씨가 그런 사람이다.

신씨는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의 이탈리안 식당 ‘투스카니’에 근무한다. 프랑스 보르도와인 학교 등을 거쳐 2002년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그는 와인 공부를 하던 중 다양한 물을 접하곤 물 공부를 따로 했다고 한다. 요즘은 물맛 알기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김씨는 서울 선릉공원 근처에서 국내 1호 워터 카페인 ‘몬드리안’을 운영한다. 그 역시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와인 전문가다. 김씨는 “사업차 일본에 머물다 곳곳에 생겨나는 워터 카페를 봤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프리미엄 생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올 3월부터 40여 가지의 물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플라자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에서 근무하는 소믈리에 신영철씨가 고객에게 노르웨이산 탄산수 ‘보스’를 서빙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플라자호텔을 비롯해 파크하얏트의 ‘코너스톤’ 등 호텔 레스토랑과 청담동 ‘테이크어반’, 후암동 ‘나오스노바’ 등 카페에서 다양한 식용수를 팔고 있다. 프리미엄급 탄산수·빙하수·해양심층수·광천수·화산암반수 등 10여 가지다. 한 잔에 3000원에서 비싼 것은 1만2000원까지 한다. 고객들은 물맛을 설명해 주고 추천하는 직원을 워터 소믈리에라고 부른다.

김씨는 “카페에서 파는 물 가운데 20가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투스카니에 비치된 12종류의 물맛을 가려낸다고 말했다.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여러 용어들이 있듯 물맛을 나타내는 단어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상쾌함·맑음·둔탁함·감칠남·꽉참 등 다섯 가지다. 신씨는 “미네랄의 함유량에 따라 특유의 향기가 나고, 상쾌한 맛과 둔탁한 맛이 구별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알칼리수의 경우 꽉 찬다는 표현을 쓰는데 입에 머금어보면 그 비중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와인 맛을 가장 잘 느끼는 온도(화이트와인 8∼10도, 레드와인 15∼20도)가 있듯 물맛도 11도 정도가 가장 좋다고 한다.

추천하는 물은 체질과 음식에 따라 다르다. 신씨는 몸에 열이 많거나 땀이 많은 이에겐 빙하수를 권한다. 스테이크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탄산수를 곁들여 보라고 말한다. 김씨는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물이 다르다고 말한다. 20∼30대는 탄산수를, 중년 이상은 미네랄이 많은 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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