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길을 떠난...""우리가 바꿔야..." 스콧 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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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모습만 눈여겨 봐도 왠지 스산함이 느껴지는 계절.누구나 한번정도 인생을 되돌아보고픈 때다.삶을 고민하는 사람들 앞에 말없이 놓아주고 싶은 책이 있다.
미국에서 에리히 프롬 이래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정신과 의사 스콧 펙이 쓴 『길을 떠난 영혼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임기영 옮김.고려원미디어)와 『우리가 바꿔야 할 세상』(문은실 옮김.명경)은 이 계절에 아픈 영혼들 을 어루만져줄만한 인생지침서다.
스콧 펙은 지난 78년 발표된 『인적이 드문 길로(The Road Less Traveled)』가 발간 이후 지난주까지 무려 17년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킬 정도로 미국의국민적 사랑을 받는 작가다.
이번에 번역 소개된 『길을 떠난 영혼은…』는 심리학과 종교를적절히 섞어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 책이고 『우리가 바꿔야 할 세상』은 각박한 현대생활에서 원만한 공동체적 삶을 위해개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풀어내고 있다.
먼저 『길을 떠난 영혼은…』에서 저자는 『우리가 인생한테 무엇인가를 바랄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한테 무엇을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충고하고 있다.고해(苦海)인 삶에 있어 고통의 의미와 수양의 중요성을 잔잔한 문체로 설명하 고 있다.
펙이 말하는 길은 매순간 언제나 새롭게 출발하는 여정의 시작이다.그 여정에서 얻어지는 정신의 성장은 꼭 포기의 아픔과 용기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 세상은 우리가 깨우치지 못한 것으로 가득한 신비의 세계인데 강한 호기심으로 그 신비의 세계에 의연히 발을 들여놓을 수있어야만 정신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펙은 독선이나 자기 도취를 가장 경계해야 할 죄악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바꿔야 할 세상』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한 책.저자는 『건강한 공동체사회의 바탕에는 각 개인들의 「Civility」(예의바름)가 버텨줘야 한다』는 주장을펼치고 있다.펙이 말하는 「시빌리티」의 미묘한 의미를 짚기 위해 집필의 계기가 됐다는 D&B라는 신용조사전문기관의 광고문구를 보면 도움이 된다.
「출장길에 비행기안에서 유망한 사업자처럼 보이는 옆사람과 인사를 나눴다.술을 한잔 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먼저 실례를 구하고 전화기로 갔다.D&B에 전화해 신용도를 확인한 뒤 나는 새로운 고객을 위해 맥주를 샀다」.뭔가 뒤틀려 있는 광고문구임에틀림없다.이 주인공은 얼핏보기에 옆사람에게 맥주를 대접할 정도로 예의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엄격히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의 행동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작위적이다.펙이 말하는 예의바름과는 거리가 멀다.펙의 「시빌리티」는 무의 식중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상하지 않게 하는 마음자세다.「시빌리티」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펙은 건강한 사회 건설을 위해 「시빌리티」가 꼭 필요한데 그것은 「건전한」 고통과 불필요한 고통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에다 삶은 어느 정도의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펙이 먼저 발표한 『인적이 드문 길로』도 각 출판사에서 『아직도 가야할 길』『끝나지 않은 길』등으로 번역돼 꾸준히팔리고 있다.오랫동안 미국인들의 심금을 어루만져줬던 인생지침서들이 우리 땅에서 어떤 효험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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