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車’ … 교통법규 지켜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2호 18면

2006년 5월 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A씨(53)는 출근길에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하수도 맨홀 뚜껑을 둘러싼 울퉁불퉁한 시멘트 부분에 바퀴가 걸리며 자전거와 함께 튕겨 나가 팔목 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관리 부실을 이유로 삼척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시의 책임을 20%만 인정해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원고 주장의 일부만 받아들인 데는 A씨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人道로 타고 가다 사고 나면 불리

재판부는 “자전거 운전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통해 운행해야 하는데도 A씨는 차도가 아닌 보도를 이용했으며,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해 돌출 부분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 채 자전거 바퀴가 걸리도록 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20%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도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2006년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는 모두 1117건이 일어나 65명이 숨지고 1128명이 다쳤다.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가야 적법
주행 중인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고가 나면 보상 범위를 놓고 법적으로 논란이 많다. 자전거를 끌고 가다 달려오는 차에 부딪혀 사고가 나면 자전거와 사람은 보행자로 인정을 받아 피해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나면 자전거 이용자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보상의 폭이 줄어든다.

자전거도로가 있는 경우에는 자전거도로로 다녀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경우 자전거는 차도의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 또 교차로 신호등 등 제반 교통신호 역시 차와 똑같이 지켜야 한다. 자전거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로 통행하면 안 된다.

술을 마신 뒤 자전거를 타고 가면 음주 단속에 걸릴까?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가 차로 분류돼 있기는 하지만 제44조 음주운전 금지 조항에 ‘자동차 등’으로 명시해 놓아 자전거는 음주 단속 대상이 아니다. ‘자동차 등’에는 승용·승합·화물·특수·이륜자동차와 배기량 125㏄ 이하 이륜자동차를 포함한 원동기장치가 달린 자전거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사고 시 과실책임
하지만 음주운전 중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난해 8월 전주시에 사는 B씨(60)는 술이 취한 상태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노점상인 C씨(52)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B씨는 전방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운전한 것이 드러나 업무상 과실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비록 자전거도로를 주행하기는 했지만 음주로 인한 과실이 인정돼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음주 후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이처럼 타인에게 위협적이며 특히 운전자 자신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와 관련된 교통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행위도 위험하므로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전거 법규 중 안전을 위해 보완돼야 할 것은 헬멧 착용과 관련된 것이다. 유럽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자전거를 탈 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 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헬멧 착용과 관련된 규정은 없다. 프랑스의 경우 야간에 자전거를 탈 때 후미등을 켜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다. 이 역시 우리나라는 해당 규정이 없다.

갓길 역주행은 엄연한 불법
자전거 역주행도 심각한 문제다. 갓길을 이용해 자동차와 반대편 방향으로 주행하는 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사고가 나면 과거에는 자전거보다 강자로 인정되는 자동차를 가해자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자전거를 가해 차량으로 보는 견해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 역주행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자전거를 가해 차량으로 보고 50~60%의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최근에는 자전거에도 도로법규 위반 여부를 엄격히 적용해 자전거 과실 책임을 높게 보는 추세”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전거의 과실 정도를 적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